"프로게이머요? 말리고 싶어요" 99코리아오픈 우승 최진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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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죠. 지금은 오히려 게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 지난달 30일 케이블TV 투니버스를 통해 생중계됐던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 (주최 투니버스) 의 우승자 최진우(20) .

게임계에선 한해를 결산하는 대회인데다 스타 크래프트 16강전에서 ''쌈장'' 이기석을 꺾고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승 소감을 묻자 부모님 얘기부터 한다. "처음엔 말도 못 꺼내게 하셨어요. 하긴 집보다 PC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요. 엄마는 울기도 많이 우셨구요. "

처음 게임을 접한 건 한창 PC방이 생기던 98년 여름. 중학생 땐 TOEIC에서 6백점을 넘겼던 우등생이었으나 게임에 빠져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열중할 땐 70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출석일수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고등학교를 휴학했다.

올해는 고등학교를 끝내고 게임학과에 특례 입학할 계획이다. 지정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하는 만큼 훈련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지금은 하나로 통신 소속. "소속 선수들과의 단체생활이나 훈련은 야구.축구 선수나 다를 바 없어요. " 기상은 오후 3시. 식사와 가벼운 운동을 한 다음 6시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두시간 동안은 E메일을 확인하고 채팅도 즐긴다.

밤 8시가 되면 모두 게임존으로 이동한다. 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5시.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이 길어져 밤을 새는 일도 다반사에요. " 그리고 나면 전술 회의 시간이다. 각자 구상한 새로운 전술을 놓고 토론도 벌이고, 시간을 재면서 실제 경기를 하기도 한다. 가장 빠르고 성공률이 높은 전법을 찾아내는 게 숙제다.

"어렵사리 찾아낸 전술도 공식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무용지물이 되죠. " 모니터링을 통해 다른 선수에게 모두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직업으로 택한 프로 게이머. 솔직히 불안감도 적지 않다. "친한 친구가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고 나서면 말리고 싶어요. 무척 힘들거든요. TV나 광고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때문에 프로 게이머에 환상을 가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에요. " 그렇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후회는 없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한 것에 대해선 만족해요. 여기서 장기적인 전망을 찾는 건 결국 제 몫이죠. " 시시각각 치고 올라오는 후배 선수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세월이 지난 후 게임 제작이나 시나리오 작업, 게임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는 자신을 그려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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