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배구슈퍼리그를 빛내는 단짝들

중앙일보

입력

"우린 눈빛으로도 알아요."
학창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단짝들이 배구슈퍼리그코트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친형제와 다름없는 단짝들의 인연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팀 전력에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임에 틀림없다.

배구가 어느 종목보다 선수들간 호흡과 조직력이 중시되는 종목이기 때문. 단짝들이 즐비한 실업팀으로는 단연 현대자동차가 꼽힌다. 임도헌-진창욱, 방신봉-이인구, 윤종일-하종화가 코트의 형제들이다.

`돌아온 장사' 임도헌과 세터 진창욱은 경북체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현대와 대표팀에 함께 몸담았다. `속공의 달인' 방신봉과 레프트 이인구는 대전중앙고에서 우정을 키운 뒤 각각홍익대와 한양대에서 뛰다가 졸업후 다시 만났다.

지난해까지 플레잉 코치로 뛴 하종화와 올해 리베로로 변신한 205㎝의 장신 윤종일의 경우 차라리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인연이 질기다. 진주 배영초등 4년때 처음 만나 이듬해 팀이 해체된 뒤에도 봉원초등학교에서 조우한 두 사람은 진주 동명중.고와 한양대를 같이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을 해와 거짓말도 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실업최강 삼성화재가 자랑하는 단짝은 신인 최태웅과 석진욱이다. 인천 토박이로서 인하사대부고와 한양대를 거친 두 선수는 각각 국가대표팀 세터와 팀의 주포 자리를 예약할 만큼 신진식, 김세진 은퇴후 삼성의 차세대를 이끌어나갈 재목들이다.

대학에서는 경희대의 좌.우 쌍포 윤관열과 박석윤의 인연이 대표적이다. 윤관열이 수능시험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현재 4학년 박석윤이 윤의 1년 선배이지만 전남사대부고는 함께 졸업했으며 지난해 경희대를 대학부 정상으로 이끌어단짝의 위력을 뽐냈다.

이밖에 지도자로는 부산 성지공고와 성균관대를 거친 신치용(삼성화재), 김철용(LG정유) 감독이 있다. 현대차 하종화 코치는 "종일이와는 경기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텔레파시같은 것이 느껴진다"며 "언제까지 인연이 계속될 지 우리도 궁금할 따름"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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