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가따라 출렁출렁 세계증시 美에 끌려다닌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심각한 '대미 종속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의 등락이 뉴욕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증시가 폭락한 주원인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일본.홍콩이 덩달아 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각국마다 경제여건도 다른데 왜 미국 증시를 따라 전세계가 일제히 울고 웃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심화되는 증시 종속화〓4일 폭락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5일에는 1백24.72포인트(1.13%)상승하며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정보통신.인터넷 관련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개장된 한국.일본.홍콩 등 아시아 증시 역시 정보통신주가 급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큰 폭으로 떨어졌다.

IMF체제 이전인 92년부터 97년9월까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미국의 다우지수의 상관 계수는 0.05로 양국 증시는 서로 거의 무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해의 상관계수는 0.82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오르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오를 가능성이 82%가 된다는 얘기다. 일본 닛케이지수의 경우도 98년 이후 다우가 2백포인트 이상 떨어진 다음날은 예외없이 4~5%가량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 왜 그럴까〓가장 큰 원인은 한국 등 주식시장이 시장의 흐름을 경제 초강국 미국에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터넷.벤처기업 등 첨단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면 그 장세가 한국과 홍콩.유럽으로 이어지며, 역으로 하락세를 보이면 바로 다음날 이들 국가에 파급되는 것이다. 경제체제가 사실상 미국에 예속돼 있다보니 증시 또한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5일 미국식 경제체제를 많이 채택한 한국과 홍콩증시의 낙폭이 나름대로 독자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증시의 낙폭보다 훨씬 컸던 것도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6일에도 한국증시의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 홍콩의 항셍지수는 전날 나스닥 지수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첨단기술주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한때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김상준(金尙俊)삼성생명 아메리카 투자담당과장은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출근해 첫번째로 하는 일이 미국증시를 체크하는 일" 이라며 "문제는 이를 당일 전략에 거의 100% 반영한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외국인 투자자와 헤지펀드의 비중 확대, 인터넷의 급속한 도입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주익수(朱益秀)현대증권 아메리카 사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미국시장의 흐름을 이른 새벽에 체크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미 증시의 장세가 다음날 전세계 주요시장에 그대로 원용되고 있다"며 "일종의 '카피 스타일' 이 강해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지수영향력이 큰 정보통신 관련주들의 흐름이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대폭 상승한 정보통신관련주에 대한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연초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세계증시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언제까지 계속될까〓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쿠라 다쓰히코(田倉達彦)도쿄해상 애셋 매니지먼트 투자조사부장은 "미국을 필두로 금융긴축이 시작되면 미국주가는 물론 세계 각국 주가가 함께 하락할 것" 이라며 "당분간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약 1천엔정도 하락할 것" 이라고 말했다.

나카노 다다히로(中野充弘)다이와 총합연구소 투자조사부장은 "미국 통화당국이 지난해 연말 많이 풀어놓은 시중자금을 연초 회수하겠다고 나설 경우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각국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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