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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지원인 도입 논란 또 다른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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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영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준법지원인 제도를 우리 경제계에 지나친 부담을 가져오는 법조인들의 수요창출제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커다란 기여를 한 기업가 정신에 관해 교과목 개설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표명하면서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법은 우리 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익의 수호를 위해 합의한 규칙이라고 가정한다.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그 자체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자유의지를 가진 완성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그 존엄성을 지키지 못했으니 벌을 받아야 하고, 사회는 벌을 내릴 의무가 있다. 국가 권력의 위엄을 유지하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 존엄성을 해하는 비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론이다.

 법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것은 처벌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 전체의 복지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벌의 양이나 종류는 처벌받는 자의 어려움과 사회 전체의 추가적인 효용을 비교해 결정한다. 추가적인 효용이란 위반자 자신이나 사회의 다른 구성원의 위반행위가 반복되지 않음으로써 사회 전체가 얻게 되는 즐거움이다.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등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보통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론이다.

 현실은 이 두 가지 가닥의 생각이 혼재돼 집행된다. 법 위반은 개인의 행위라는 측면보다는 개인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 전체의 구조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또한 수사·기소·처벌에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질병처럼 범죄도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가. 전자의 이론은 엄한 처벌을 주장한다. 후자는 효용 면에서 사전적 예방을 위해 노력을 한 자에게는 처벌을 감경해 예방을 위한 노력에 유인을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예방을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준법지원인 제도다. 준법지원인 제도를 통해 기업의 조직 구조나 문화를 개선해 개인 내지 기업의 범법행위를 예방하거나 그 피해의 정도와 발생빈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범법행위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처벌이 단순히 징계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효용을 위한 것이라는 것, 엄한 처벌이 언제나 범죄 예방을 위한 첩경이 아니고 예방을 위한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 범죄는 개인의 결정이지만 소속된 공동체의 구조나 문화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알리는 중요한 제도다. 준법지원인은 법조인의 수요 창출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효용을 위한 제도다.

정영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