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그린스펀 FRB 의장]

중앙일보

입력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4일 연임을 발표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73)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미국의 경제 정책을 이끌어온 인물.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의해 폴 볼커 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클린턴 행정부를 거치며 4연임을 기록하게 됐다. 미국이 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이 한 몫 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핵심에는 바로 그린스펀 의장이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FRB 의장 임명 당시인 지난 87년 주가가 하루에만 22%나 폭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붕괴의 나락으로 떨어질 조짐이 보이던 위기의 상황에서 미국을 건져 낸 이후로 월가에서는 신화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으며 미 정가에서도 드물게 민주당과 공화당의 호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4연임 발표에 양당이 우호적인 발언을 내 놓은 것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린스펀은 뉴욕대를 나와 동업자와 함께 금융 자문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지난 68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경제 자문역을 맡아 정ㆍ재계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건, 부시 전 대통령을 지나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FRB 의장을 맡게 된 그린스펀은 그러나 정권의 이익보다는 항상 미국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 때문에 이따금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90년대 중반 선거를 앞두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돈을 풀어 달라는 클린턴측의 간절한 요구를 거절하면서 오히려 경기과열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금리인상을 수 차례나 단행하는 굳은 소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한때 불편한 관계였었던 클린턴이 굳이 공화당원인 그린스펀 의장을 재임명한 이유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클린턴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출마할 앨 고어 부통령이 좀 더 나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 호황의 지속이 필수적이고 그런 점에서 그린스펀 의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계산이다. 그는 3년전 TV뉴스 기자 안드레이아 미첼(52)과 재혼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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