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진화에 발 못 맞춰 고물로 … 40억 쓴 구미 U체험관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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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공대 안에 세워진 ‘구미 유비쿼터스 체험관’ 전경. 유비쿼터스체험관은 ‘2012년 구미시의 사계절 이야기’가 주제다. [구미시 제공]

13일 경북 구미시 양호동 금오공대 안 ‘구미 유비쿼터스 체험관’. 나들이하기 좋은 봄 날씨였지만 이날 관람객의 발길은 뜸했다.

 첨단 IT(정보통신) 기기를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계를 미리 체험하는 곳이다. 체험관은 ‘2012년 구미시의 사계절 이야기’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지방에 하나뿐인 시설이다.

 그런데 어째 전시된 시설이 첨단 미래와는 거리가 있다. 언제 다음 버스가 도착할 지 알려 주는 지능형 정류장만 해도 이미 상용화됐다. 대구시내에도 벌써 설치돼 있다. CC(폐쇄회로)TV로 구미시내 곳곳을 보여 준다는 ‘U-도시’는 공원·도로 등 영상을 촬영해 녹화한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실시간으로 도심 곳곳을 보여 주는 설비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구미 유비쿼터스 체험관이 미래 최첨단은 커녕 과거 IT를 보여 주는 박물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관람객은 유치원·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구미시 제공]

 이 체험관(1449㎡)은 2007년 3월 정보통신부(20억원)와 경북도(5억원)·구미시(15억원)가 40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시민들에게 집이나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앞으로 닥쳐 올 유비쿼터스 환경을 이해시키고 ‘IT도시 구미’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체험관은 2008년 일부 시설이 교체된 뒤 그동안 기술의 진화 속도에 맞춰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보수 방안을 찾던 경북도·구미시·금오공대는 오는 6월께 체험관을 운영한 뒤 아예 폐쇄키로 최근 결정했다. 리모델링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다. 시설은 고물이나 다름없어 모두 뜯기로 했다. 4년 만에 40억원짜리 시설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체험관 건립비를 지원한 정보통신부가 이 정부 들어 없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그때부터 신기술을 반영할 체험관 리모델링 예산 확보가 벽에 부닥쳤다. 정보통신부가 서울에서 운영했던 U드림관은 2008년 문을 닫았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결국 체험관의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운영을 맡은 금오공대는 지금껏 개관 당시 시설을 그대로 둔 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거기다 구미시는 금오공대에서 4㎞쯤 떨어진 동락공원에 성격이 비슷한 구미과학관을 건립해 지난 3월 개장했다. 체험관 관람객은 개관 첫 해 3만3000여 명에서 지난해는 1만8000여 명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구미시는 “과학관은 기초과학과 우주천문 등 주제가 다르다”고 해명한다.

 구미시는 체험관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다시 그린에너지 체험관을 꾸밀 계획이다. 구미시와 금오공대가 주력하는 분야인 데다 기술 진화 주기도 비교적 길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린에너지 체험관 건립비는 10억∼20억원을 잡고 있다.

 이같은 체험관 폐쇄 조치에 대해 공무원의 안목 부족이 세금 낭비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구미시가 추진했던 전자박물관도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돼 기업들이 반대하지 않았으냐”며 “구미시가 체험관을 개관하고 직후에 또 과학관을 지은 것은 중복 투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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