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원형바닥 패턴, 인플레보다 디플레 때 믿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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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월 18일자 투자 ABC에선 기술적 분석에 대한 과거의 고민을 짧게 소개한 바 있다. 패턴·추세·상대 강도 등 세 가지가 기술적 분석의 3대 보물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패턴을 강조했다. 패턴 분석은 단순한 모양 분석이 아니라 심리와 펀더멘털을 연결해 주는 주가 분석방법이다.

 이번에는 패턴 분석의 간단한 사례를 소개한다. 기술적 분석 전문가들은 ‘원형바닥’을 가장 좋은 패턴이라고 한다. 주가 그래프가 바가지의 아랫부분처럼 둥근 바닥(U자형)을 그리는 형태다. 보통 하락 추세를 마무리하고 상승 추세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경우로 해석된다.

  다른 주식들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을 때 이런 주가 그래프를 보이는 주식이 있다면 투자자의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스피지수 2000 시대에 원형바닥 패턴의 주식을 잘 고르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원형바닥이 언제나 좋은 패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주식들이 올라갈 때 오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원형바닥 패턴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작은 주식이다. 그럼에도 주식 관련 책 또는 인터넷카페 등에서 원형바닥을 좋게 얘기하는 이유는 상승한 종목의 사례들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적당한 물가 상승에 경제 성장이 수반되는 장세에서 원형바닥형 패턴은 이른바 ‘문제아’ 패턴으로 볼 수 있다. 경기 회복의 수혜는 기대되지만 펀더멘털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 패턴은 떨어지지도 않고, 오르지도 않는 바닥을 다지는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증시에선 대형주보다는 소형주에서 원형바닥형 주식이 많이 발견된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수반되는 경제 성장 장세에서는 바닥을 다지는 주식보다는 올라가는 주식을 사는 게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통 이중천장형(주가 그래프가 M자를 그리는 패턴) 패턴은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들 주식은 지난해 말 이중천장형 패턴을 보였음에도 계속 올랐다.

  물론 원형바닥 패턴이 좋을 때도 있다. 바로 경기가 둔화하는 디플레이션 때다. 수요가 줄어들고 물가가 꺾이는 경기 침체 구간에서는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이 와중에 주가가 내려가지 않고 바닥을 다지는 원형바닥형 패턴은 주가가 조만간 상승할 것을 시사한다.

  결국 원형바닥 패턴은 인플레이션 구간에선 속임수가 많고, 디플레이션 구간에서는 믿을 만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패턴 분석은 단순히 차트만을 들여다보는 분석방법이 아니다.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투자심리를 이해해야 패턴을 제대로 짚을 수 있다. 패턴을 읽는 능력에 경제와 기업을 보는 시각까지 보강하게 된다면 투자자의 재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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