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한복 입은 손님 출입금지…해명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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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이 한복을 입은 손님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신라호텔측은 “한복에 걸려 넘어지는 손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해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

신라호텔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12일 저녁 신라호텔의 뷔페식당에 들어가려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이씨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쌍화점’ 등에 등장하는 한복을 디자인했다. 그는 한복 보급을 위해 항상 한복을 입고 다닌다.

이씨는 트위터 매체에 자신이 신라호텔에 들어가려다 한복 착용을 이유로 제지당한 사실을 알렸다.

이씨는 "당시 신라호텔 당직지배인이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부피감이 있어 음식을 담을 때 다른 사람들을 방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내가 입은 것은) 한복 대례복도 아니고 평상복이다. 한복에 철사가 있나, 송곳이 있나, 위험한 옷이라니. 지금까지 국내외의 엄청나게 많은 식당을 다녔지만 (한복을) 위험한 옷으로 취급하는 곳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당직지배인은 “그래도 호텔의 규칙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여러 지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신라호텔에 전화해 한번 더 드레스코드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답변은 “한복과 운동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이 되지 않는다”였다.

이 호텔에서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립기념식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 상당수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차림이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한복이 위험하다는 발상이 이상하다“ “우리 고유의 전통을 무시하는 호텔” ”일본을 떠받드는 식민지호텔“등의 댓글을 달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 관계자는 “예전에 한복을 입은 손님의 옷에 다른 손님이 걸려 넘어지고 부딪혔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고객 불만이 들어왔었다”며 “뷔페 특성상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곳이다 보니 직원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혜순 디자이너에게 정중히 사과드리고 곧 공식사과문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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