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의혹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검찰이 금호석유화학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계열사, 금호P앤B화학 관련 거래처 및 거래처 대표의 자택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본사 압수수색은 전략경영본부 역할을 하는 회장 부속실과 자금·회계부서, 인사팀, 총무팀 등에서 실시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금호석유화학 본사로 수사관 20여 명을 보내 본사가 입주해 있는 금호아시아나 건물 22~24층을 압수수색했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박스 14개 분량의 회계장부와 회계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해 횡령했다는 단서를 확보해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수사 초기 단계라 비자금을 누가 어떻게 조성했는지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이 하청업체 등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거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자금 조성이 박찬구 회장이나 거래업체 대표와 관련 있는지 여부도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2009년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형인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작업을 본격화하며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자동차와 타이어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영업이익이 363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압수수색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압수수색 당시 박 회장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에 참석 중이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는 도중에 압수수색을 받아 당황스럽다”며 “최근 영업실적도 좋아지고 회사 재무상태도 굉장히 건전하다. 비자금을 조성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효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