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프전 대결 허·동 ‘형·동생 사이 잊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허재 KCC 감독(左), 강동희 동부 감독(右)


허재(46) KCC 감독과 강동희(45) 동부 감독이 16일 시작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두고 맞붙는다.

 허 감독과 강 감독이 챔프전에서 사령탑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감독과 강 감독은 각각 1984년과 86년 중앙대에 입학한 이후 모두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에 입단했고, 허 감독이 98년 나래(현 동부)로 이적할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농구 대통령’ 허 감독과 당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였던 강 감독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팀을 최강 자리에 올려놓았다.

 KCC와 동부가 챔프전에서 만나자 둘은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은 “평소에는 형·동생 사이지만 코트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허 감독과 챔프전에서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허 감독과 통화하면서 ‘우리 제대로 맞짱 한번 떠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이 선수 시절부터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다면 그동안 강 감독은 그 뒤의 ‘2인자’ 이미지가 강했다. 둘은 프로선수 시절 우승 길목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승자는 허 감독이었다. 2002~2003 시즌 허재가 뛰던 TG삼보(현 동부)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강동희의 LG를 누르고 챔프전에 올랐다. 5차전 접전 끝의 승리였다. 강 감독은 “아직도 당시 5차전 패배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 허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인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는 감독 데뷔전이던 2009년 9월 15일 허 감독이 이끄는 KCC를 89-79로 꺾고 감독 첫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지켜본 전창진 KT 감독은 “초보 사령탑인 강 감독이 동부의 수비 전술을 새로 짰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 했다.

 강 감독은 종종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대하소설 『대망』의 등장인물에 자신과 허 감독을 빗대곤 한다. 그는 “허재 형은 오다 노부나가다. 불 같은 성격과 카리스마가 딱 맞아떨어진다. 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타입”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결국 도쿠가와가 전국시대를 통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는 KCC가 동부를 5승1패로 압도했다. 강 감독은 “단기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KCC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우리의 장점인 수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승산이 50대 50이다. 김주성과 윤호영을 막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