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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작은 성과 만족하지 말고 큰 목표에 집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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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941년 12월 7일 일본 해군 수뇌부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미국 태평양함대의 본거지인 진주만을 기습해 미 해군의 거대 전함 6척을 침몰시키고 188대의 각종 군용기를 파괴하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를 뒤로하고 일본의 기동함대는 의기양양하게 본토로 발길을 돌린다. ‘이미 원하는 이상의 결과를 얻어냈으니 더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지휘관의 판단에서다. 소수의 젊은 참모는 “한번 더 공격해 미 태평양함대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보수적인 지휘관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이후 일본 해군은 이날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두 차례의 공습으로 미 해군의 주력함대에 큰 타격을 주는 데 성공했지만 진주만에 자리 잡은 연료 저장소와 각종 설비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항(軍港)으로서 진주만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해군은 승리감에 취해 일찌감치 발길을 돌려 버렸다. 바로 그날부터 진주만은 일본 해군의 목에 비수를 겨누기 위한 전진기지가 됐다.

 마음만 먹었다면 일본 해군은 진주만을 공격해 군항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철저히 파괴할 수 있었다. 군용기가 파괴되는 등 공군력이 전멸당한 미군은 적절한 반격 수단조차 없었다. 일본이 진주만을 초토화했다면 태평양전쟁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중요한 전진기지를 상실한 미 해군은 미국 본토까지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이듬해인 1942년의 극적인 반격도 꿈꾸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안한 마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의외로 기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누구나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연 기대수익률 4%의 은행 예금에 만족하던 투자자가 갑자기 주식 투자를 해 연 12%의 수익을 올렸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도 차익실현에 나서는 이유로 작용한다. 코스피가 전고점 부근까지 상승하면 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대세상승 국면에서 10% 안팎의 수익률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모처럼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즐길 수 있는 시점에서 아직 닥치지도 않은 조정이 두려워 발을 뺀다면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수익 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고 있다면 너무 급하게 발을 빼기보다 일단 그 성공을 즐기는 것이 옳다. 리스크(위험) 관리는 적절한 분산투자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 가격이 오르는 자산을 일찍 매각하고 발을 뺀다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수익을 내는 것’도 성공투자의 한 방법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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