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적 분위기선 평균적 생각만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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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있는 LG 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사무실이 구글처럼 창의성을 끌어내는 톡톡 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센터 곳곳엔 해먹이 걸리고 사무실 구석의 공간을 디자이너들이 직접 숲 같은 휴게실로 꾸몄다. [김상선 기자]

독해지기로 작심한 LG전자. 디자인 본부에도 독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자는 것이다. 확 달라진 사무 공간이 그 상징이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사무실은 최근 놀이터 같은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서초동 연구개발(R&D) 캠퍼스 안에 있는 센터 곳곳에 색색의 해먹이 걸리고, 숲처럼 꾸민 휴게실이 생겼다. 혁신적인 사무실 인테리어로 유명한 ‘구글’ 본사를 쏙 빼닮았다.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새로 만든 디자인경영센터 ‘청담 분소’는 더 기발하다. 칠판처럼 글자를 쓸 수 있는 유리벽이 설치됐고, 수천 장의 흰 종이를 쌓아 만든 탁자가 놓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언제든 표현하라는 취지다. 휴게실엔 와인셀러가 등장했다. 와인 한두 잔 하면서 편하게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사무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혁신 인큐베이터’라 불리는 이곳은 디자이너들의 합숙공간으로도 쓰인다.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은 팀은 아예 이곳으로 출근해 한두 달을 지낸다. 사무실 입구에는 보안 유지를 위해 홍채 인식 시스템을 갖췄다. 취재진의 사진 촬영까지 거부할 정도다.

 변화를 주도하는 이는 이건표 센터장(부사장·사진)이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였던 그는 지난해 9월 LG로 옮겨왔다. 이 센터장은 “평균적인 분위기에서는 평균적인 생각만 나온다”며 “조직 안에서 윗사람 눈치 보며 갇혀 있기보다 자유롭게 몰입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크레이지(crazy)’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또 “구글을 비롯해 창의적인 사무실 인테리어로 유명한 세계의 회사들을 많이 참조했다”고 덧붙였다.

 센터에는 UX(사용자 경험·User-experience)디자인 연구소도 생겼다. TV·에어컨 등 사업본부별 연구소에서 나눠서 하는 일을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UX 디자인 연구소 내에는 문화인류학·심리학·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60여 명의 전문가가 연구원으로 있다. 디자인 전공자는 10%에 불과하다.

이 조직의 회의 방식도 화제다. 물건의 명칭을 말하면 안 되고, 풀어 설명해야 한다. 세탁기 대신 빨래하기, 냉장고 대신 음식 저장하기라고 표현한다. 이 센터장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이용 습관을 LG전자 제품으로 통일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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