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하이테크 파티는 이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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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 인수를 발표하면서 증시가 다시 회복세를 보인 한 주였다.
99년 한국 증시는 국제증권거래소연맹(FIBV) 회원국 가운데 주가지수 상승률 8위를 기록했고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식열풍의 정도를 반영했다.

해외 언론들의 보도도 거의 모든 면에서 호황 국면에 접어든 99년 한국경제를 정리하고 새해 경제전망을 제시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英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버튼 서울 특파원은 SK텔레콤이 업계 3위의 신세기통신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동시에 세계 5위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올라섰다는 기사를 타전했다.

버튼 특파원은 이번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 가입자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국내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홍콩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 소식은 이렇다 할 호재가 없었던 한국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코스닥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국민이 주식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도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해 흥미로운 시선을 보냈다. 미국의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하이테크 종목의 주가가 99년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이러한 상승세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일본의 하이테크 종목들이 대거 상장돼 있는 지스닥지수가 2백14% 상승하고 한국의 컴퓨터 종목이 1천6백43% 오르는 등 아시아의 하이테크 열기가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이제 막 신경제가 태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러한 ‘하이테크 파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ABN 암로 아시아의 나단 에머슨 사장은 아시아가 이제 막 인터넷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괜찮은 종목을 골라낼 수 있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영국의 정평 있는 경제분석 전문기관인 EIU는 최근 전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향후 3개월 뒤 9백포인트까지 조정을 받은 후 6개월 뒤 9백90포인트까지 회복되고 12개월 뒤에는 1천1백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 천년을 맞아 연말이면 으레 쏟아져 나오기 마련인 기관들의 새해 경제전망이 더욱 활기를 띠었다. 일본의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세계적인 회복세와 미국 경제의 고성장 그리고 각국의 재정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내년에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아시아경제연구소가 6.4%, 사쿠라종합연구소가 5.5%, 산와종합연구소가 6.1%, 일본종합연구소가 6.7%를 제시했다.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도 2000년을 앞두고 세계 경제 전망의 일환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상세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모건 스탠리의 엔디 시에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실물경제가 향후 6개월간 성장세를 유지, 올해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7.1%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파산(破産)을 통한 급격한 구조조정보다는 미시적 차원의 정책을 활용해 안정(安定)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부문의 경우 막대한 부실채권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원으로서의 역할이 힘들어지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 이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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