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마피아 갱단과 사투 벌이는 전직 킬러의 처절한 생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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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비트 더 리퍼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황금가지
360쪽, 1만1500원

범죄 스릴러 소설로 인기 높은 미국의 마이클 코넬리. 그를 좋아하는 신예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책 제목의 ‘더 리퍼(The Reaper)’는 서슬 퍼런 대형 낫을 휘두르는 죽음의 신, 그 리퍼 맞다. 소설은 시시각각 숨통을 죄어오는 마피아 갱단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전직 킬러의 처절한 생존기다. 작가 베이젤은 학부에서는 창작을 공부했다. 이후 방향을 바꿔 의사가 됐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다. 의사로서의 전문지식이 피비린내 진동하는 ‘도살’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데 십분 발휘됐다. 특히 소설 말미,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찬 마피아 일당과 상대하기 위해 주인공 피터 브라운이 동원하는 방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이 산 채로 수족관 속 상어떼에게 해체되는 장면은 영상처럼 머리 속에 그려질 정도다.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라가며 독자를 숨죽이게 하는 데는 코넬리가 한 수 위일지 몰라도 생살이 찢겨나가는 묘사에 관한 한 저자가 윗길인 것 같다.

 아버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결손가정 출신 브라운은 부모 같던 조부모가 의문의 살인을 당하면서 인생의 반전을 경험한다. 그가 알아낸 진실은 마피아 갱단 입문을 위한 용기를 보이기 위해 손쉬운 상대를 택한 신참 갱에게 조부모가 살해됐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런저런 무술 단련을 통해 고수가 되고 마침내 복수에 성공한다. 이때부터는 눈물도 후회도 없는 비정한 갱스터의 길. 주인공은 폴란드 출신인 조부모가 나치 부역자를 처단한 ‘정의로운’ 사람들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공권력을 조롱하며 사적 처단을 일삼는, 그러나 나름의 정의감으로 충만한 확신범 갱스터의 탄생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평생의 여인을 만나게 되며 사태가 꼬인다. 조부모는 신분 세탁을 한 나치 부역자였다. 갱단이 판치는 정글 같은 사회, 엉망진창인 미국 의료 현장의 실상 등을 촘촘하게 전한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리얼리즘 소설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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