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뉴타운 출구전략’ 시동 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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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4개 뉴타운 존치지역에 대해 신규 건축을 할 수 없도록 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 선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제한 해제 대상지역은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뉴타운(3만4070㎡)과 동작구 흑석동 흑석존치정비1구역(2만7500㎡), 동작구 노량진2동 구 존치관리구역(1만8546㎡), 동작구 대방동 11번지(6095㎡) 등이다. 전농뉴타운은 7일자로, 다른 곳은 다음 달 중 해제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한때 지정만 되면 ‘로또’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서울 뉴타운은 이제 애물단지가 됐다. 가격도 떨어졌다. 동대문구 전농동 아시아공인중개사 박순례 대표는 “2008년 3.3㎡당(다가구 기준) 2000만원 이상이던 집값이 15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뉴타운지구 중 가장 개발을 나중에 하는 존치구역은 건축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 문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존치구역 지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다”고 말한 것도 뉴타운지구로 묶여 건물 신·증축에 제약을 받던 존치지역 내 주민들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물론 뉴타운사업이 잘만 진행됐다면 이런 민원은 생길 리가 없었다. 노후화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3년 뒤엔 존치구역이 개발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개발을 해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생기지 않자 ‘현상 유지’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노후화가 덜 된 존치지역에선 건축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집주인들이 재개발을 하기보다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어 임대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노후화가 심한 곳도 사업 진척이 더디다. 역시 집값 하락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뉴타운 개발을 통해 아파트 분양 수입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졌고, 원주민 입장에선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선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이 어려움에 빠진 데에는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표 사냥’에 나선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뉴타운 공약을 하면서 기대감을 높여 뉴타운 지역 집값에 거품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뉴타운 열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상황은 심각하다. 현재 서울의 241개 사업구역 중 86%(209곳)가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설립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한 곳도 70곳(29%)에 이른다. 부동산114연구소 박원갑 소장은 “서울시가 한꺼번에 뉴타운을 너무 많이 지정한 데 따른 후유증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며 “재개발이 시급한 지역 위주로 사업대상을 재지정해 전체 숫자를 줄여야 사업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존치관리구역=뉴타운지역 중 노후가 심하지 않아 마지막 차례로 개발하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최대 3년간 신·증축을 제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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