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재즈 한바탕 난장 … 시드니 한복판에 멍석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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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기념무대에 오른 다오름.

“빠빠바,바~” 쇳소리가 섞인 듯, 그러면서도 강렬한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졌다. 재즈 특유의 느릿하면서도 구슬픈 가락이 흘렀다. 1~2분쯤 지났을까. “어이, 어이” 판소리가 튀어나왔다.

 4일 (현지시간) 밤 8시 호주 시드니 한복판에 자리 잡은 타운홀 공연장.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무대에 오른 양국 혼성팀 ‘다오름’은 감동적인 퓨전 연주를 펼쳐 보였다. 재즈와 판소리가 감미로운 하모니를 이뤄냈다. 연주곡은 ‘시나위’. 트럼펫·피아노·기타 연주를 맡은 호주 재즈 뮤지션 3명과 고수 김동원(원광디지탈대 교수) 명인과 판소리 배일동 명창이 열정을 다했다. 다오름의 본디 멤버는 6명. 이 팀의 산파이자 호주 정상급 재즈 드러머인 사이먼 바커는 영국에 가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다오름은 바커의 집념으로 탄생했다. 호주에서 한창 날리던 그는 10여 년 전 슬럼프를 맞게 됐다.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때 한 한국인 지인이 그에게 장구의 대가인 고(故) 김석출(1922~2005)씨의 연주를 들려 주었다. 바커는 김씨의 즉흥연주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한 수 배우기 위해 김씨를 찾아 나섰다. 무려 16번이나 한국에 왔으나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침내 17번째 시도에서 김씨를 만나게 됐다. 김씨에게서 영감을 얻는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바커는 2008년 이런 사연을 호주 여감독 에마 프린츠와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생큐, 마스터 김 (Thank you, Master Kim)’을 만들었다. 한국과 호주 양국의 음악인이 영화음악에 참여했는데, 그때 퓨전그룹 다오름도 탄생했다.

 다오름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끌어냈다. 한국·호주는 물론 미국·유럽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뉴욕 링컨센터에 무대에도 섰다. 다오름 멤버인 재즈 기타리스트 칼 듀허스트는 “한국의 국악은 즉흥 연주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특히 한국의 타악기와 재즈 드럼의 호흡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국악의 새로운 확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시드니=글·사진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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