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농업기술 인니 수출 한 중학중퇴 농부 이영문씨]

중앙일보

입력

중학 1년 중퇴 학력의 농부 이영문(李永文.46.경남 하동군 옥종면 청룡리)씨. 그는 자신이 개발한 독특한 '친환경농사법' 을 전파하기 위해 최근 인도네시아 나들이를 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수카부미.시안쥬 지역을 1주일 동안 돌면서 농사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태평농법' 에 대해 설명했다.

"현지 농민들은 노동력이 적게 들고 수확량도 기존 농법에 비해 뒤지지 않는 제 농사법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

그가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간 것은 자신이 개발한 농법에 맞게 고안한 농기계를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 농민들의 요청 때문. 이 농기계는 그가 고안한 농법에 맞춰 농사를 짓도록 만들어졌다.

이 농기계는 내년 초 태평농법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수출될 예정이다. 국내 발명특허도 출원해 놓았다.

그의 농법은 특이하다. 농약.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땅을 갈아 엎지 않는다.

봄에 밀.보리를 수확함과 동시에 논 위에 볍씨를 뿌린 뒤 보릿짚.밀짚 등을 덮는다. 가을에는 벼를 거두면서 밀.보리를 파종한다.

모내기를 하지 않아 물을 거의 대지 않는다. 벼 생육 집중기에 2~3번 정도 물을 댈 뿐이다.

물론 퇴비도 넣지 않는다. 수확 후 버려둔 보릿짚.밀짚이 퇴비가 된다.

이런 농법이 오랫동안 적용된 李씨의 논은 씨앗이 뿌리내리기 좋게 푸석푸석하다. 때문에 물 없이 파종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태평스레 농사를 짓는다 해서 그는 자신의 농법을 태평농법으로 부른다.

"땅의 본래 주인인 미생물들이 열심히 써레질 해주기 때문에 물을 대지 않아도 씨앗은 습기를 찾아 뿌리를 깊이 내려 튼튼하게 자랍니다. "

쉬운 농사법 때문에 그는 혼자 3만5천여 평의 논농사를 지으면서 연간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

경상대 농학과 등의 조사결과 이 농법의 3백 평당 수확량은 4백98㎏. 기존 농법의 4백13㎏보다 85㎏이나 많다.

농사비도 싸다. 기존 농법은 한 마지기(2백 평)에 13만~18만원 들지만 태평농법은 1만원 선이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李씨의 태평농법은 최근 들어 소문이 나면서 전국 5백여 농가에 퍼져 있다. 그가 생산한 '태평쌀' 도 잘 팔린다.

태평농법을 연구한 논문만도 박사 1편.석사 4편 등 모두 5편이 나와 있을 정도로 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농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모든 것은 흙속에 있다' (양문출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땅에서 빼앗을 방법만 궁리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을 대할 때입니다. "

한국농업전문학교(경기도 화성군)에 다니는 두 아들에게 가업을 잇도록 하겠다는 그가 던지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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