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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오리 값 하늘을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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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돼지고기값이 잡히나 했더니 닭·오리값이 들썩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매몰되거나 이동 제한이 걸린 닭·오리가 늘어서다. 날씨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28일 2㎏짜리 오리 한 마리의 신선육 시세는 1만700원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8000원대이던 오리 한 마리 값이 이달 중순 들어 1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2㎏짜리 오리 시세가 1만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닭값도 마찬가지다. 28일 육계(식용닭) 시세가 9~10호(851~1050g) 기준으로 ㎏당 4500원 안팎. 3700원대이던 올 1월 가격보다 18% 정도 올랐다.

 반면 돼지고기(박피)는 25일 도매시장에서 ㎏당 6010원에 거래돼 구제역이 한창이던 두 달 전 시세(8148원)보다 안정세를 보였다.

 오리가 닭보다 값이 더 오른 것은 오리 시장이 AI 충격을 더 받고 있기 때문이다. 27일까지 AI로 매몰된 조류 627만 마리 가운데 오리는 279만 마리이고, 절반 조금 넘는 나머지는 대부분 닭이다. 사육 두수에서 닭이 1억4000여만 마리, 오리가 1200여만 마리라는 걸 감안하면 오리의 피해가 훨씬 크다. 전남 나주시·영암군 등 오리 밀집 사육 지역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해서다.

 게다가 오리의 경우 부화 기간(28일)과 사육 기간(45일)이 닭보다 길어 가격이 안정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닭은 21일 만에 부화돼 보통 35일 정도 키우면 잡는다. 한국오리협회 우제규 과장은 “최근 오리 고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4월 중순부터는 여름 보양식 수요도 더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걱정된다”고 밝혔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도 닭 가격 오름세에 부채질을 했다. 기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지면 닭의 생장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한국계육협회 이재하 차장은 “올겨울처럼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나면 폐사하는 닭도 늘고 전반적으로 닭이 느리게 자란다”며 “AI로 인한 매몰 수량보다 이런 성장 정체 현상이 닭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우려 때문에 유통·외식 업계가 평소보다 주문량을 부풀린 ‘가수요’가 겹쳐 닭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는 향후 AI 확산 여부에 따라 올여름 닭·오리 시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하 차장은 “최근 AI가 잠잠하다 다시 발생해 양계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며 “업계가 방역을 강화하고 보고·회의를 늘리는 등 AI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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