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NCAA 남자농구 8강전서 시드가 모두 탈락 '최대 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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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승후보로 찍었다던 캔자스대도 떨어졌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 8강전에서 VCU(버지니아 커먼웰스대)가 우승 후보 캔자스를 71-61로 이겼다. 이전까지 열린 경기에서 콘퍼런스별 1번 시드가 모두 탈락(오하이오주립대·피츠버그대·듀크대)했기 때문에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이번 토너먼트 최대 이변이 나왔다.

VCU는 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 11번 시드, 캔자스는 1번 시드다. '파이널 포(Final Four)'라고 불리는 4강은 각 지구별 우승팀을 가리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별 톱 시드팀 4개가 파이널 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모두 '꽝'이 됐다.

캔자스와 VCU의 경기는 초반부터 VCU의 분위기였다. VCU가 3점슛 12개를 성공시킨 반면 캔자스대는 21개를 시도해서 2개만 넣었다. 경기를 함께 보던 아들 준희가 "아빠, 캔자스는 힘도 못 써 보고 졌어"라고 했다. 캔자스의 핵심 전력인 쌍둥이 형제(마커스 모리스·마르키프 모리스)가 33점을 합작하며 제몫을 하긴 했지만 VCU 제이미 스킨(26점·3점슛 4개)의 활약이 더 좋았다. 손쉽게 4강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캔자스대 선수 중 일부는 경기 후 울면서 코트를 떠났다.

VCU라는 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감독이 아주 재미있었다. VCU의 샤카 스마트 감독은 나이가 겨우 서른 셋이다. 경기 도중 어찌나 시끄러운지 심판들이 지나다니다가 벤치 앞에서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고 한다. 이번 토너먼트 도중 벤치 테크니컬 파울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요란한 젊은 감독이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리더십이 있는 것 같다. VCU는 1회전부터 시작해서 총 다섯 경기를 모두 이기고 4강에 올랐으니 정말 대단하다. 서던캐롤라이나대, 조지타운대, 퍼듀대, 플로리다주립대, 그리고 캔자스까지 모두 이겼다.

VCU는 4강전에서 버틀러대를 만난다. 버틀러대는 지난해 결승까지 올랐던 팀이다. 또 다른 8강에서는 이스트 콘퍼런스 4번 시드 켄터키대가 2번 시드 노스캐롤라이나대를 76-69로 이겼다. 켄터키대는 웨스트 콘퍼런스 3번 시드 코네티컷과 4강전을 한다. 1, 2번 시드가 4강에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한 건 이번이 역대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에 와서 제대로 된 '3월의 광란'을 보고 가는 느낌이다.

이상민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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