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 새 각오 생겨 … 좋은 일 생기면 46용사 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생존 장병들의 생일은 모두 3월 26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3월 26일 북한의 공격으로 폭침당한 천안함의 부함장이던 김덕원(36·해사 52기·사진) 소령은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1주기를 맞아 이렇게 말했다. 현재 진해 해군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는듯 가끔씩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6월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고 있지만 수시로 울컥한다고도 했다. 북한에 공격당한 분노와 부하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한다.

김 소령은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바뀌었다”며 “북한에 대해 뭔가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배를 가지고 놀며 “두동강 났다” “우리아빠 TV에 나왔다”고 말할 땐 가슴이 저민다고 했다.

 김 소령은 사건 발생 직후 가장 먼저 갑판에 나와 구조활동을 펼쳤다. “저녁식사 후 당직 준비를 하며 컴퓨터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 직후 정전이 되면서 몸이 붕 뜨면서 뒤로 넘어졌어요. 함정은 70도로 기울어도 복원이 되는데 당시에 복원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그냥 뒤로 넘어지더군요.”

 천안함의 북한 폭침을 부정하는 인사들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았다. “국론 분열은 북한의 노림수입니다. 이를 조장하는 사람들의 근거지가 사라지면 그들도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우리가 뭉쳐야 북한이 더이상 도발할 엄두를 내지 않을 겁니다. 당시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나 영상에서 봤던 것을 기준으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생존 장병들은 천안함 전우회를 조직해 수시로 모이고 있다. 김소령은 “나는 군인이다.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뭘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긴다”며 “이번 추모식 때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 생기거나 영광이 찾아온다면 모두 전사한 46용사에게 돌리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평택=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