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통하는 공포의 '수퍼버그' LA서도 확산 조짐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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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수퍼버그(Superbug)'가 LA지역에서 발견돼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생겨난 수퍼버그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통칭하는 용어다. LA카운티에서 발견된 수퍼버그는 항생제 일종인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폐렴 간균(CRKP)이다. CRKP에 감염되면 폐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건강이 안 좋을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LA카운티공중보건국(DPH)의 돈 테라시타 박사는 지난 해 6월부터 12월까지 검사를 실시한 결과, 미 동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던 CRKP가 LA카운티의 병원, 양로원, 요양원 등 일부 의료시설에서 356건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DPH에 따르면 인체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CRKP는 주로 당뇨가 있거나 튜브를 체내에 삽입해 소변을 뽑아내는 환자나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견됐다.

하버-UCLA 메디컬센터의 전염병 전문가인 브래드 스펠버그 박사는 "매우 무서운 박테리아다. 우리가 아는 항생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에선 양로병원과 병원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 24일 현재 수퍼버그 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지만,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한인 노인들은 다량의 항생제를 보관하며 이를 아무 질병에나 사용하는 등 항생제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수퍼버그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본지의 조사에선 65세 이상 한인 노인들이 1주일 항생제를 포함해 평균 60개에 달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 한인 내과의는 "한인 노인들은 자신이 복용하던 항생제를 감기 걸린 지인에게 나눠주는 등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나 의사 모두 항생제 남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퍼버그는 전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각국에선 수퍼버그의 원인인 항생제 남용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방질병관리센터(FDCC)는 아기 얼굴을 그려놓고 "저, 항생제 필요 없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제작해 일반인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퍼버그를 항생제에 죽지 않는 세균이라는 의미를 담아 '내성균'으로 칭하며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진호 기자 jhm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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