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천태만상] '생존게임'에서 '생명창조'까지-5

중앙일보

입력

◇불법/성인정보의 온상

그동안 인터넷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이 가진 개방성과 익명성 때문에 ''음란물'' 유통의 본거지로 지목되는 등 일부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하는 질문에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음란물, 폭력물, PC방, 상용 프로그램을 포함한 불법자료로 가득 찬 와레즈(Warez) 사이트, 네트워크에 흔적도 없이 접근해 시스템을 파괴하고 사라지는 악의에 찬 해커 등. 전자상거래의 열풍에 휘말려 인터넷 시장이 확대일로를 걷는 가운데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기도 하다.

사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O양 비디오'' 사건도 인터넷을 통한 유통이 큰 몫을 차지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부정적 시각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주요 검색엔진에서 조회수 상위에 랭크되는 단어들은 주로 성(性) 적인 것과 관련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또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성추문 조사 결과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던 당시 해당 웹서버가 폭주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좀더 극단적인 사례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 ''eBay''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아기를 경매 물품으로 내놓은 부모도 있었고, 자신의 장기를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도 등장했다.

또다른 경매 시장에서는 미사일·로켓발사기·바주카포 등 무기류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난자를 팔겠다고 인터넷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도 나타나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희망과 가능성의 나라­인터넷

지금까지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등장한 신풍속도를 살펴 보았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기존의 가치관과 현재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수없이 많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로 표현되는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생활은 스펀지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인터넷’이라는 도구에 부지불식간에 젖어들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실제 세계가 사이버 세계인 인터넷에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듯 사이버 세계 또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실제 세계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이 새로운 천년에도 사이버 공간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소 고통스런 혼란과 어두운 면이 있을지라도 그 누구도 인터넷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그늘의 반대쪽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컴퓨터 네트워크가 선물할 새로운 미래의 빛, 실제 세계와 사이버 세계가 서로 작용하며 만들어 가는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이 있으므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