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ㆍ벌떼…속타는 수도권 분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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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부산에서 불 붙은 아파트 청약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식 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가 잇따르며, 견본주택 입장을 위해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와 전세난 등 외부 환경 변화 때문인 것도 있지만 건설업체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3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①분양가 거품 빼기

=가장 일반적인 건 건설업체들이 거품을 쫙 빼고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다.

이달 10일 평균 14대 1의 경쟁률로 청약접수를 마감한 광주 첨단자이2차의 경우 분양가 인하가 수요자들을 끌어들인 주 요인이다.

2008년 같은 곳에서 분양한 첨담자이 아파트에 비해 3.3㎡당 분양가를 최대 19% 낮춘 것이다. GS건설 이상국 분양소장은 “1차의 경우 미분양이 장기화해 결국 할인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팔았다”며 “이번에는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예 분양가를 낮춰 상품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형 주택형 일부만 빼고 청약 순위 내에서 모집가구수를 모두 채운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동익미라벨도 2009년 같은 별내지구에서 분양했던 아파트에 비해 3.3㎡당 분양가를 50만원 정도 낮췄다.

별내지구 유일의 현상설계 공모단지로 입지여건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받아도 되는데 오히려 내린 것이다.

②깜깜이 분양

= 정식 청약 일정 때 수요자들을 모으기 힘들다고 판단한 단지에 대해서는 건설업체들이 깜깜이 분양을 한다.

깜깜이 분양이란 법적으로 치러야 하는 정식 청약 일정을 사실상 건너 뛰고 견본주택 등에서 따로 계약을 받는 방식이다.

청약 전에는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 분양 광고 등도 일체 하지 않아 수요자들이 청약 일정을 모르게 한 다음 청약 일정 이후에 집중적으로 홍보해 견본주택에 수요자들이 몰리게 하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접수를 진행한 전국 12개 사업장 중 청약률 ‘제로(0)’인 곳이 5곳이고, 2곳은 각각 1명,7명의 청약신청을 받는 데 그쳤다.

깜깜이분양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006가구 모집에 단 1명만이 청약한 경기 파주 극동스타클래스의 경우 견본주택을 정식으로 열지도 않고 청약접수를 받았다.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요즘은 초기 계약률이 분양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수요자들을 한꺼번에 모델하우스에 모이게 해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현장에서 계약서를 쓰게 할 수 있는 깜깜이분양 방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벌떼 분양

=장기 미분양이 심한 사업장 중에서 벌떼분양 방식을 쓰는 곳이 늘고 있는 것도 요즘 분양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벌떼분양이란 견본주택에 수십~수백명의 영업사원을 고용해 무차별적으로 수요자를 모집하는 분양 방식이다. 영업사원들은 계약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계약자를 끌어 모은다.

미분양 적체가 심했던 2008~2009년 중견 건설업체 일부가 썼었는데 요즘에는 GS건설ㆍSK건설ㆍ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도 벌떼분양을 하는 게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6월 청약접수를 받은 수원 정자동 SK스카이뷰의 경우 분양 개시 이후 한 달 동안의 계약률이 30%대였으나 지난해 9월 벌떼분양 방식을 쓴 이후 계약률이 크게 높아져 현재는 85%가 팔렸다.

SK건설 이종헌 분양소장은 “계약 단계에서 20여가지 항목에 대해 계약자들의 확인 서명을 일일이 받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과장 광고를 할 수 없고, 이에따라 계약자들이 낭패를 보는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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