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지진 온다” 도쿄 1300만 공포에 떨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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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특파원

“땡땡. 땡땡. 오후 2시46분, 동북 미야기현에서 강진 발생.” 11일 오후 TV에서 중계 중이던 참의원 예산심의위원회가 끊기더니 재해 속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본에선 워낙 지진이 잦은 데다 이틀 전 동북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이 발생했기에 도쿄에서도 규모 3의 지진을 경험한 터였다. “잠시 흔들리다 말겠지.”

 그러나 2분 후.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도쿄 지국은 긴자에 자리 잡은 지지통신 빌딩 13층짜리 건물 꼭대기 층이다. 화분이 넘어지고 서고의 책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피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두고 재빨리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창문이 깨질 것에 대비해 의자로 책상 아래를 막았지만 심한 흔들림으로 의자를 잡고 있기 힘들었다. 16년 전 한신아와지(고베) 대지진을 취재할 당시 2, 3일간 밤낮으로 진도 5 규모의 여진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이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건물에서 비상방송이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운행중단됐다. 계단을 이용해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수십 명씩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이었지만 평소 지진 대비 훈련을 자주 해서인지 모두 침착했다.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수도 고속도로에선 전복된 트럭에서 운전자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여진이 일어날 때마다 어지러워 가로수를 붙잡고 서 있었다. 빌딩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니, 도저히 사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통신은 모두 두절된 상태. 학교에 갔을 아이들도 걱정이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13층 지국까지는 또다시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도중에 발이 아파 구두를 벗고 맨발로 뛰었다. 사무실에 복귀해 메신저로 업무연락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여진 경보가 울렸다. 이렇게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올라갔다를 반복하기를 네 차례. 이제 건물이 무너져도 더는 대피할 힘이 없을 정도였다.

  TV에선 “4시간 뒤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타워 송신탑이 휘어졌고, 도심에 피난처가 생겼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걸어서 귀가 중이라며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가족이 안전하다고 알려줬다.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단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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