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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이래야 한다, 진짜 그럴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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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흐 스타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피아니스트 시모나 디너스틴(39·사진)의 음반은 ‘다른 바흐’다. 바흐의 규칙성과 엄격함, 보수성을 부수고 나왔다. 부드럽고 낭만적이며 서정적이다. 바흐의 협주곡, 영국 모음곡 등을 담은 이 음반의 제목은 ‘바흐, 이상한 아름다움’이다.

 지난달 앨범을 낸 디너스틴을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낭만적 바흐? 맞는 단어가 아니다.” 유행가라 해도 믿을 만큼 선율을 살려 바흐를 노래한 디너스틴의 입장은 단호했다. “낭만적이란 말은 흔히 자기만족을 위한 예술에 쓰이지 않나. 내가 바흐에서 찾아낸 건 낭만성이 아닌 표현력이다. 탁월한 표현력으로 감정을 보편성 있게 노래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바흐가 패턴을 중요시하는 논리적 작곡가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패턴을 깨고 나오는 비정형성이 있는데 그게 바로 바흐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디너스틴은 2007년 첫 앨범을 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내가 녹음한 음원을 가지고 몇 군데 음반사를 찾았지만 허사로 끝났다. 결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주변 친구 세 명에게 연주를 들려줬다. 역시나 비전통적인 바흐였다. 친구들에게 투자를 받아 음반을 찍었다. “1만 5000달러 정도 들었는데, 결국엔 그 돈을 다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앨범이 미국 빌보드 차트 클래식 부문 1위에,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앨범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를 바흐 전문가라 부를 수는 없다. 슈베르트·베토벤도 연주한다. 하지만 바흐를 연주할 때 작곡가의 인간미를 가장 깊숙하게 느끼는 건 사실이다.” 기존의 규칙 대신 순전히 영감으로 바흐를 대하는 피아니스트다운 말이다. “연주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분석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교도소·양로원 등에서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아홉 살짜리 아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다. 아이가 음악을 가깝게 느끼고 친구들과 음악에 대해 얘기했으면 했다. 그리고 나도 여기에서 배운다. 이런 무대에서 관객과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장에서 연주할 때도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이런 디너스틴에게 정해진 것은 없다. 깨질 수 없는 규칙도 없다. 사람들은 바흐답지 않은 그의 해석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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