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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여성의 로망 한국 브래지어의 가격은?

중앙일보

입력

북한 여성들이 한국산 브래지어와 팬티를 사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9개월치 쌀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도 없어서 못판다. 한국산 도자기 그릇은 4인 가족이 2년 넘게 먹을 수 있는 쌀 가격에 팔린다. 물론 이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생활형편이 좋은 고급 간부들이다. 한국을 비난하는 그들에게 한국제품은 로망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황해도와 평안남도 등의 장마당에 심심찮게 나돌던 한국 제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개인 집에서 몰래 거래가 이뤄진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장마당에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시계, 공구, 그릇, 장난감, 속옷 등 다양한 한국 상품이 유통됐다. 실제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겐 '초코파이계'가 유행한다. 한국 기업이 간식으로 주는 초코파이를 모아놨다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장마당에선 이런 제품을 보기 힘들어졌다.

대북소식통은 "지금은 개성공단 제품을 판매하다 발각되면 벌금이 많고 복잡해진다"며 "요새는 그나마 빵(초코파이), 스뎅(스테인레스)이나 도자기 그릇, 속옷 등이 팔린다"고 말했다.

장마당에서 팔리는 한국 상품의 가격은 빵(초코파이)이 180∼200원, 여성용 팬티와 가슴 띠(브래지어)가 한 세트에 9만원, 도자기 그릇 이 한 세트에 25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한국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사람들은 생활 형편이 비교적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장사꾼들은 단속이 심하니까 몰래 감추어 놓고 팔거나 개인 집에서 몰래 파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경지역도 마찬가지다. 신의주 소식통은 "단속원들이 매일 장마당을 돌며 불시에 매대를 검사하는데 한국 상품 단속이 심하다"며 "한국 글자가 적힌 물건을 적발하면 압수했다가 2~3일 후에 벌금 2만원 정도를 물고 돌려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속이 심하자 매대에 내놓고 팔지는 않지만 상설시장 밖에서 메뚜기 장사(노점상)들은 여전히 판매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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