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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중국의 민주적 정치개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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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는 탱크를 덮었고, 여인들은 병사를 포옹했으며, 연인들은 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젊은이들은 외쳤다 "Egypt is free, we freed our country! 세계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던 이집트 철권통치가 종언을 고하던 감동의 순간들이다.
바로 그 현장 카이로에서 퓰리처상에 빛나는 뉴욕타임즈 기자 Nicholas Kristof는 그 감동의 장면을 보도하면서 "이는 국민역량의 거대한 승리이다. 지금 중국의 후진타오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라고 외쳤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집트를 위해 기도했다 "이집트여! 제발 우리처럼 되지 말라! 군인들이여! 총을 쏘지 말라! 고 ... 중국 四川의 작가 冉云飛는 " 중국도 이집트처럼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고 사회변화를 완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나 이러한 중국 민초들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역사적 감동이 8천리가 넘는 만리장성까지 입성하기에는 인위적 장애가 많다는 현실을 구경해야만 했다. 시민의 피를 먹고 싹트는 민주주의의 탄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통감할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James Mann은 "The china fantasy"에서 "경제발전이 민주화를 유도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는 중국에는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나 홍콩 및 일본의 연구기관들도 중국판 '재스민 혁명'의 실현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관측한다.
통상 정치학자들은 민주화의 요인으로 "경제발전 및 위기, 종교적 변동, 민주화를 촉진하는 외적 압력, 민주화 성공국이 이웃 나라에 주는 효과" 등을 들고 있다.
현재 중국은 종교적 변동 요소 이외는 이미 민주화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상 요건이 구비되었다고 한 국가의 민주화가 바로 출현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실현은 상황의 숙성도와 정치지도자들의 민주화 의지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 지도층들의 의식구조로 보아 중국의 민주화는 요원하다는 것이 정설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민주화가 곤란한 이유는 첫째로 지도자와 엘리트층의 민주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특히 자본가들은 민주화를 위해 현재 공산당 독재의 변혁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 민주화에 대한 최대 우려는 혼란이고, 중국의 정치엘리트 및 지식인들에게는 "민주화는 즉 혼란"이라는 광범위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둘째로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의 '학습효과'로 민주화 소요를 초동에 진압하는 노하우가 발달된 점이다. 이번에 베이징 및 상하이의 민주화 모임이 초기에 원천 봉쇄된 점이 이를 잘 시사해 주고 있다. 게다가 지금 중국에는 민주화 주도의 강력한 구심점도 없다.
셋째, 중간층과 지식인들의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중간계층의 공산당에 대한 신뢰도는 78%이고, 지식인의 공산당에 대한 평가도 44.3%가 통치능력이 높다고 답했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능력은 "목표설정-조직화 및 동원- 문제해결"의 기본 사이클로 나타나며, 이는 매년 공고해 지고 있다.
넷째, 공산당 이외의 대안적 정치세력의 부재이다. 여론조사에서 "당이 인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중국인들은 30.7%만이 긍정하고 있다. 이는 공산당에 78%의 신뢰를 보낸 중간계층과 지식인들이 "공산당을 베스트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중국 공산당이 아무리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 해도 무한정 변화를 거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공산당은 노동자 계급의 전위라고 헌법에 규정되었으나, 이제는 크게 변질되고 있다. 노동자 계급과 혁명만을 강조하는 데서 탈피, 폭넓은 가치관에 대응하는 사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 중앙위원 200 여명중 95%가 대졸이고, 게다가 외국 경험(유학 및 시찰 등)도 많다. 사영기업인들의 입당으로 공산당이 혁명정당으로부터 국민의 정당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제발전은 새로운 생활공간의 확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자유로운 공간이 부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정보화의 진전과 연계되어 변혁의 에너지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향후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하에 일정한 수준의 정치개혁을 추진해 나가면서 민주주의의 대안적 이데올로기로 Nationalism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 정치개혁은 공산당 주도에 의한 복수 정당제 및 기층단위의 주민 직접 선거 등으로 민주주의를 흉내 내면서 민생문제 해결 등으로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대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중국의 학자 吳軍華도 "중국의 조용한 혁명"에서 중국은 2012-2022년 간 공산당의 주도에 의해 복수정당제가 실시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독재 권력은 강하고 성공적인 정부가 아니라, 약하고 무기력한 정부로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고 설파했다. 독재 권력의 한시성과 기원의 빈약성을 잘 표현한 말이다. 결국 중국정치 풍향계는 공산당 지도자들의 의식수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인바, 그들이 향후 수많은 난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호를 여하히 순항해갈지 주목된다. 모쪼록 중국이 현명한 선택으로 자국의 발전은 물론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해주기를 희망해 본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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