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노하우]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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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은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주가 총액은 최근 시세대로 계산하면 1조원쯤 된다. 올 매출은 5백억원 예상. 정문술(鄭文述.61)사장은 이 회사 지분의 30%를 갖고 있어 주식만 팔아도 3천억원의 재력가다. 지난달 미국 나스닥 시장에 전체 주식의 10%를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鄭사장은 80년 공무원에서 해직된 뒤 퇴직금으로 벌인 사업이 거덜났고, 미래산업 창업 후에도 무리하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에 도전했다가 한때 빈털터리가 됐었다. 그가 '2전3기' 를 통해 터득한 창업 노하우는 뭘까.

◇ 은행을 멀리 하라〓은행 돈을 쓰면 은행을 상대로 '관리' 할 일이 적지 않다. 공장을 돌리고 판로를 개척하는데 자연 소홀해져 경영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급한 돈은 차라리 사채를 쓴 뒤 바로 갚는 게 낫다.미래산업은 지금도 은행 빚이 한 푼도 없다.

◇ 돈을 떼이면 즉각 포기하라〓거래처가 부도를 맞으면 조금이라도 돈을 건져보려고 쫓아다니게 된다. 그러나 부도 경영자를 찾더라도 그는 이미 빈털터리가 됐을 것이다. 거기에 쏟는 정력이면 일을 더 해 손해를 보충한다는 자세를 갖자. '법정다툼이 생겨도 나는 즉각 포기한다.

◇ 유명대학에서 인재를 찾지 말라〓막 창업한 회사가 명문대 출신을 찾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자신의 분야에 몰입하는 신세대들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연구원들에게 보약을 지어 먹인다. 그들을 닦 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열심히 일한다.

◇ 세금을 많이 내라〓기업인들이 나라에 이바지하는 길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다. 절세는 해도 탈세는 하지 말라. 세무서 눈치를 보면 경영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없어진다. '기업을 일으켰던 초심(初心)을 늘 잊어서는 안된다.

鄭사장은 창업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러시아의 호랑이 사냥꾼들은 호랑이 몰이 사냥개들을 몰고 다닌다. 그 사냥개들은 사냥꾼이 갖고 있는 엽총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호랑이에게 덤빈다. 그러나 사냥꾼이 없으면 사냥개는 호랑이에게 금방 잡아먹힌다. 자신을 보호했던 조직(회사)을 벗어나 '호랑이' 와 싸울 자신이 있으면 창업하라. 그렇지 않으면 창업을 재고(再考)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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