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함종선기자]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김씨(36)는 요즘 ‘동호수 선착순 분양’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수시로 띵동거려 피곤하다고 합니다. 그는 “아파트를 살 생각도 없는데 누가 내 휴대폰 번호를 알고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40)씨는 “선생님,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기회입니다…”라는 식의 전화가 자주 온다고 합니다. 역시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권유전화라네요.

벌떼분양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건설업체가 아파트 견본주택에 수십~수백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아파트를 파는 분양방식을 말하는 건데, 요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이런 분양 방식이 다시 성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불문하고 이미 준공이 됐거나 준공 시점이 다가오는 단지 중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곳에서 이런 분양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중견건설사가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대형건설사들도 벌떼분양에 의존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네요.

대형건설사인 A건설은 지난해 6월부터 분양하기 시작한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벌떼 분양 방식을 도입, 분양초기 3개월간 30%정도였던 계약률을 최근 80%대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견본주택에 300여명의 텔레마케터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무차별 영업에 나선 결과라네요.

또 다른 대형건설사인 B건설도 최근 경기 용인시 아파트 분양현장에 300여명의 영업맨을 들였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주일만에 아파트 70가구가 계약될 정도로 계약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공능력순위 20위권 내의 C건설도 경기 남양주시 분양 프로젝트에 100여명의 분양상담사를 활용하고 있고 대기업 계열 건설사인 D건설도 수원시 미분양 현장에 200여명의 텔레마케터를 투입할 계획이라네요.

“미래가치 따져본 후 계약해야”

정상적인 분양 방식이 아닌 만큼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하네요. D건설 마케팅팀장의 말을 들어 보시죠.“벌떼 영업맨들은 건당 수당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과장 홍보 등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교육을 시킨다고 시켰지만 어떤 식으로 홍보를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계약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러면 수요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벌떼분양으로 분양되는 아파트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수도권 분양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건설업체들이 한꺼번에 분양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에 미분양이 적체됐고, 그런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업체들이 쓰는 분양방식이니까요.

몰랐던 정보를 텔레마케터를 통해 알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계약하기 전 정말 해당 단지가 정말 미래가치가 있을지.

또 중도금이나 잔금을 입주 이후에라도 치를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모든 계약의 책임은 계약자 본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