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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지상파 드라마 폭력·선정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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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8일 밤 방송된 SBS ‘마이더스’. 주인공 유인혜(김희애)가 찾아간 동생 명준(노민우)의 숙소에 반라의 남녀가 엉켜 있다. ‘15세’ 등급(15세 이상 시청가)인 이 드라마에선 재벌가 매값 폭행을 은유하듯 얼굴 정면에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해 논란이 된 ‘19금’(19세 이상 시청가)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는 한층 더 잔인해진 시즌2를 11일 케이블채널 OCN에서 방영한다. TV가 케이블·지상파 가리지 않고 선정·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초창기부터 에로·선정성이 문제 됐던 케이블의 ‘19금’ 콘텐트는 최근 유혈·폭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지상파 TV도 ‘15세’ 드라마에서 폭력·폭행 장면을 지나치게 자주 내보내 문제가 되고 있다.

마이더스의 한 장면

◆잔인·파격 강도 세지는 19금=지난달 25일 종영한 OCN의 19금 사극 ‘야차’. 한국판 ‘스파르타쿠스’를 표방한 대로 잔인한 살상과 선정적 베드신을 눈요기로 활용했다. 목을 베어 절단면에서 피가 솟구치는 장면, 머리 잘린 시체를 말에 태워 보냈다가 던지는 장면 등이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의 ‘주의’를 받았다. 이런 장면들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예고방송한 것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야차’는 8화 ‘빨대키스’ 등 19금 영상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활용해 포털사이트 등에 무작위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심의위 결정을 보면 케이블채널(유료방송 부문)의 제재 3건 모두가 폭력 묘사와 관련된다.<표 참조> VIEW 채널의 ‘실전 격투대전 전설의 파이터 시즌2’는 19세 등급이지만 충격·혐오감의 정도가 강해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FX채널의 ‘오늘의 빌어먹을 차트’는 15세 등급 이상의 내용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것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케이블의 ‘19금’ 경향은 주 시청자층인 미드 세대의 입맛 맞추기가 가장 크다. ‘야차’는 지난해 논란 속에 화제가 된 19금 ‘스파르타쿠스’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종영한 ‘신의 퀴즈’(OCN)는 미국 수사드라마에서 볼 듯한 살인·해부 장면을 노골적으로 담았다. 리얼리티 강화라는 이름으로 ‘성인 버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끌어야 하는 초반에 자극적 영상을 집중 배치한다. ‘야차’에서 문제가 된 선정·폭력 묘사도 모두 1~3화에 걸쳐 나왔다.

지나친 선정·폭력성으로 심의 제재를 받은 OCN 19금 드라마 ‘야차’. [중앙포토]

◆지상파 드라마 15세 맞아?=문제는 이러한 케이블의 선정·폭력 묘사가 지상파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다. 성인 버전의 ‘센 수위’를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풍토 속에 자극·폭력적인 묘사가 지상파의 ‘15세’에 버젓이 등장한다. 최근 종영한 SBS ‘아테나’는 피가 튀는 총격 장면, 약물주사 고문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KBS ‘드림하이’의 경우 주요 출연자 및 시청층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극 중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납치·협박·성희롱이 난무했다.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하면서 ‘주의’ 결정을 받았다. MBC ‘욕망의 불꽃’도 불륜·납치·폭행 등의 내용으로 방송 초반부터 수차례 제재를 받았지만 여전히 ‘15세’로 방송되고 있다.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이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2010년 방송물 모니터링을 실시했을 때 15세 드라마인 ‘욕망의 불꽃’ ‘도망자 플랜B’ ‘자이언트’ 등이 모두 폭력성 정도가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심의위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가 대형화하면서 영화 제작과 경계가 없다 보니 제작진 스스로가 TV매체의 보편성에 무신경한 편”이라며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도 늘어난 보급률에 맞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여성민우회 윤정주 소장은 “다매체 환경에서 방송사들이 점점 더 센 영상으로 경쟁하는 게 문제”라며 “특히 우리 문화가 TV의 선정성보다 폭력성에 둔감한 편인데 어린이·청소년에게 미치는 폭력 장면의 유해성을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강혜란 기자

케이블 TV 폭력·선정 제재 사례

VIEW ‘실전 격투대전 전설의 파이터 시즌 2’

● 미국 갱단의 무기 및 전술 등을 분석하고, 두 조직 간 가상 대결 시뮬레이션을 하는 내용에서 나이프·너클·채찍 등의 위력을 시연하면서 인간 두개골 모형을 가격해 함몰시키는 장면 등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FX ‘오늘의 빌어먹을 차트’

● 사건·사고·범죄 등을 보여주는 해외 프로그램에서 두 노인이 서로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를 바닥에 내리치며 폭행하는 장면 등을 ‘15세 등급’으로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해 ‘경고’

MBC 게임 ‘증권맨 300인의 특별한 랜파티 ’

● ‘본 투 파이어’라는 신작 게임을 소개하면서 머리에 총을 쏘아 피가 튀기는 장면 등이 표현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동 게임 내용을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해 ‘주의’

OCN ‘야차’

● 액션 사극에서 화살을 가슴·목·머리 등에 쏜 후 피가 솟구치는 장면, 궁녀 세 명이 왕을 애무하는 장면, 목을 베어 절단면에서 피가 솟구치는 장면 등을 방송해 ‘주의’ ※자료:방송통신심의위원회(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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