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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 살린 총장님의 ‘차차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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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4일 오후 8시 군산대 아카데미홀. 학생들이 숨겨놨던 끼와 열정을 뽐내는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발랄한 노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학생들의 눈이 돌연 휘둥그래졌다. 50대 후반의 노신사가 1000여명 학생들 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빠르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강렬하고 화려한 몸짓의 삼바춤을 선보였다. 우레 같은 박수 갈채와 “멋지다”는 탄성이 이어졌다. 휴대폰 카메라의 플래시도 쉴새 없이 터졌다. 학생들은 “앙코르”를 연호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노신사는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자이브, 흥겨우면서도 유머러스 춤곡인 차차차 등을 능숙하게 추면서 열기를 띠웠다.

 이날 무대에 올라 깜짝 이벤트를 연출한 이는 이 대학의 채정룡(59·사진) 총장. 채 총장은 지난 16일부터 단과대학별로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희망디자인 캠프’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 봄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알찬 대학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학생 가보은(물류학과)씨는 “총장님을 근엄한 분으로만 생각했는데, 오늘 채 총장님의 춤추는 모습이 정말 멋있고 자랑스럽다”며 “대학생활중 꼭 춤을 배워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교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학생들과 일체감을 심어 주고파 무대에 올랐다”며 “앞으로 학교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하고, 어디든 함께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채 총장은 10여 년 전 이 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춤을 익혔다. 10~20분만 연습해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운동효과가 크고, 허리를 꼿꼿하게 잡아주는 춤의 매력에 푹 빠져 일주일에 3~4시간씩, 5년을 배웠다. 군산시 생활체육댄스연합회 창설을 주도하고, 학생댄스선수권대회를 열어줄 만큼 애정이 깊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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