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군, 총 들이대고 물건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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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유혈참극이 벌어지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국 근로자·교민들을 태운 특별기가 26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 특별전세기 KE 9928편은 이날 오전 5시20분(이하 한국시간) 트리폴리 공항을 이륙해 오후 8시35분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이 전세기에는 건설 근로자와 교민 235명, 외국인 3명 등 총 238명이 탑승했다.

이날 입국한 김진곤(44·신한건설 차장)씨는 “휴대전화·노트북·외장하드 등 전자제품 가운데 리비아 정부군이 쓸 수 있는 모든 걸 빼앗겼다”며 “총부리를 가슴팍에 대고 팬티 속까지 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수만 명이 트리폴리 공항에 몰려와 있고 신한건설 직원 2명은 비자 문제로 공항에서 발이 묶여 출국하지 못했다. 건설 현장에 남아있는 한국인은 30명 정도며 일부 동남아 근로자가 비행기표와 신변보장을 요구하며 한국인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신현규(57·신한건설 현장반장)씨는 “정말 죽을 뻔했다. 살아 돌아와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해 10월 리비아에 입국했다는 신씨는 “아파트 건설 현장이 있는 자이와시(市)에서 트리폴리로 닷새간 꼬박 자동차로 이동했다”며 “현재 리비아는 생지옥이고 내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민 김차경(49·트리폴리 현지 게스트하우스 운영)씨는 “공항에서 경비대원들이 곤봉을 휘두르다 반항하면 양팔을 잡고 끌고가 화장실에서 4~5명이 발로 짓밟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리비아 건설현장에 대해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긴급 철수를 하도록 권고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리비아 분쟁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24개 업체, 근무인력은 1351명이다.

한편 리비아 국가연구기관의 초청을 받아 리비아를 방문한 황우석(전 서울대 교수) 박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날 오후 4시30분쯤 한국에 먼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이현택이지상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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