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금 지킨 ‘작은 영웅’ 고양시 노용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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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마터면 경기도 고양시에도 경전철 재앙(災殃)이 닥칠 뻔했다고 한다. 고양시 역시 용인시처럼 경전철을 추진하기로 하고 2008년 7월 민간투자 사업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요예측으로는 하루 이용객이 10만4000명. 현재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용인경전철도 당초에는 하루 이용객이 1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고양시는 달랐다. 시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노용환(42)씨가 있었다. 그는 주민대책위 정책실장을 맡아 직접 교통수요를 조사하며 환경과 세금 낭비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졌다.

 시뮬레이션한 결과 경전철 수요는 하루 1만 명. 고양시 수요예측이 10배 이상 부풀려진 것이다. 자칫 14만 명 예측에 3만 명 실수요로 나타난 용인경전철의 전철(前轍)을 밟을 뻔했지 않은가. 그러자 시민들이 직접 ‘세금 지키기’에 나섰다. 노씨가 주도한 주민대책위원회에 2만여 가구가 참여했다. 서명운동과 함께 ‘세금낭비 경전철 반대’ ‘적자 뻔한 경전철, 시민에겐 고통철’을 외치며 대규모 시민운동도 벌였다. 결국 고양시는 사업성을 재조사하기에 이른다. 비용을 다시 산출한 결과 총 2011억원의 시 재정부담이 예상됐다. 이에 경전철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게 된다. 시민의 힘으로 세금을 지켜낸 것이다. 용인경전철이 연간 550억원의 운영적자가 예상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그만큼의 세금 낭비를 막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노씨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이 시대 ‘작은 영웅’이다.

 지금도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상당수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자치단체장 ‘치적(治績) 사업’이다. 처음엔 주민을 위한다며 시작하지만, 결국 주민의 주머니를 터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전국 곳곳의 텅 빈 컨벤션센터가 대표적이다. 이를 막으려면 주민 스스로 눈을 부릅뜨는 수밖에 없다. 잘못 쓰인 예산으로 낭비된 세금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챙기는 것이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지금은 노씨와 같은 ‘작은 영웅’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