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브랜드 유럽등서 잇따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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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경차는 마티즈. ' 영국 BBC방송의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 '톱 기어(Top Gear)' 는 최근 방송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BBC는 대우의 마티즈와 도요타 야리스, 폴크스바겐 루포, 피아트 시센토 등 세계적인 제품 10개 모델을 놓고 성능.디자인.주차 편의성.가격 등을 자세히 비교한 끝에 마티즈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이미지와 경쟁력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아직 '메이드 인 코리아〓싸구려' 란 인식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가전.사무기기 등 일부 업종은 '기술력과 품질이 뒷받침된 제품' 이란 이미지가 세계 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디자인에 보다 신경을 쓰는가 하면, 경기가 나아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은 수출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척 고무적인 현상" 이라면서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 뜨는 국산 브랜드〓LG전자는 최근 인도의 유력지 '비즈니스 투데이' 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브랜드 인지도 점수를 받았다. 2년전 인도에 진출한 LG의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는 이미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으며, 에어컨.컬러TV는 각각 3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LG TV.VCR.세탁기 등 6개 제품은 지난 10월 일본 디자인 진흥원이 수여하는 '올해의 굿 디자인상' 을 받아 디자인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 에서 일본 산요.도시바를 제치고 중형TV 부문에서 가장 구매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선정됐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이 세계 각종 유력 전문지로부터 최고 평가를 받은 사례는 올 들어서만 1백20건이 넘는다.

삼성 팩시밀리는 영국에서 캐논.브라더 등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휴대폰과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플레이어(DVDP)또한 프랑스와 영국의 유력 소비자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브랜드로 평가되는 등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국산 자동차도 호조다. 대우 마티즈의 경우 BBC외에도 독일.이탈리아.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15만4천4백여대(전체 수출량의 13.6%)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수출된 국산차 7대 중 1대(또는 대우차 10대 중 4대)가 마티즈였던 셈. 현대자동차도 최근 미국의 한 쇼핑센터가 EF쏘나타와 일제차의 겉을 모두 덮고 실제 주행해 본 뒤 성능이 뛰어난 차를 선택하도록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에서 참가 소비자중 73%로부터 '더 좋은 차' 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비결은 뭔가〓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기인 과장은 "대기업 수출품의 해외 시장 평가가 좋아진 것은 모두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덕분" 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산업의 경우 연간 연구개발(R&D)투자가 지난 90년 9천9백여억원에서 97년 3조3천여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환위기로 주춤해지긴 했지만 전자부문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부문 민간 연구소도 90년 43개에서 지난해 말 1천7백3개로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동차산업도 최근 3~4년전 전체 투자액의 12~13%에 머물렀던 연구.개발부문 투자비중이 지난해에는 40.5%까지 높아졌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통계).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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