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에피소드1〉주춤, 악몽의 한주

중앙일보

입력

〈스타워즈:에피소드1〉은 6주간 7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면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60,985명으로 지난주에 비해 50% 이상 관객이 줄었다. 뤽베송의 새영화 〈잔다르크〉는 이번주에도 간발에 차이로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5위까지는 지난주와 순위변동이 없다. 따라서 "이번주 박스오피스 결과는 영화관계자들에게 악몽과 같았다"라는 르몽드의 기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평균 관객수에도 못미치는 최악의 한주였다.

〈미시즈 팅글〉이나 〈사기꾼 경찰(Flic de haut vol)〉이라는 프랑스어 제목으로 개봉한 〈경찰서를 털어라〉, 〈악조건(Mauvaise Passe)〉, 〈난 모든걸 원해(Je veux tout)〉등은 새로이 박스오피스에 올랐지만 일부 평론가들의 혹평과 관객들의 외면을 면하지 못했다.

6위로 개봉한 〈미시즈 팅글〉은 〈스크림〉시리즈와 올해 여름에 프랑스에서 예상외의 흥행을 한 〈패컬티〉의 작가인 케빈 윌리암스가 각본과 감독까지 맡은 작품이다. 자신들이 싫어하는 팅글선생을 납치하여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캠퍼스영화이다. 전작 〈패컬티〉가 "다른 B급 영화의 전통을 벗어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라고 그런데로 괜찮은 평을 받았던 반면, 〈미시즈 팅글〉은 혹평 일색이다. 액스프레스는 "케빈 윌리암스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긋지긋함의 극치를 느끼는 영화"라고 했고, 까이에뒤시네마도 "대수롭지 않은 영화"라고 일축했다.

7위로 개봉한 마틴 로렌스의 일인극 〈경찰서를 털어라〉. 르몽드는 "마틴 로렌스의 연기 덕에 시나리오의 취약성을 무마했다"라고 했고, 액스프레스는 "사기꾼(프랑스어 개봉제목)이라는 제목말고는 볼것이 없다"라며 시나리오나 영화의 구성에 대해 혹평했다.

오랜만에 새작품을 선보인 미셀 블랑(Michel Blanc)의 〈악조건(Mauvaise Passe)〉은 8위로 개봉했다. 런던에 사는 소설가 삐에르가 돈이 떨어져 일하게 된 식당이 알고보니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남창클럽이다. 주인인 톰의 배려로 고객들의 에스코트만을 맡게 되지만, 삐에르의 의도와는 달리 사교계에 일약 스타로 부각된다.

르몽드의 사무엘 브륀펠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부족한 요소가 "자연스러움"이라고 지적하고 감독의 작위적인 설정이나 영화 구조의 허술함을 혹평했다. 또한 주인공 삐에르와 톰의 관계에 대해서도 "호모섹슈얼한 관계를 시도했으나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게 이 영화의 악조건"이며 이는 "주인공 존재의 우유부단함은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성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이유로 "영화의 주제는 극단으로 치닫고 감독은 절반의 성공도 거둘 수가 없다"라고 했다.

이 작품의 원작은 〈아름다운 나의 세탁소〉의 하니프 쿠르시(Hanif Kureishi)이고, 미셀 블랑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감독 미셀 블랑은 자신이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아 상당한 관심을 모았던 〈지독히 피곤한(Grosse fatigue)〉으로 95년 깐느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받았었다. 원래 연기자 출신이기도 한 그는 베르트랑 브리에 감독의 〈야회복(Tenue de soiree)〉으로 86년 깐느영화제 최우수 남자연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9위로 개봉한 〈난 모든걸 원해(Je veux tout)〉는 여성감독 질라 브라우데의 작품이다. 일과 가족, 모든 것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간다. 자신의 남편이기도 한 빠트릭 브라우데 감독의 〈사랑과 혼란〉에 출연한 적이 있는 질라 브라우데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신도 감독에 데뷰했다. 빠트릭 브라우데는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던 〈네프무와〉의 감독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스트레이트 이야기(The Straight story)〉는 〈정직한 이야기(Une histoire vraie)〉라는 프랑스어 제목으로 3주 동안 10위권 내에 머무르고 있다. 전작인 〈로스트하이웨이〉나 〈블루벨벳〉보다 밝은 내용으로 99년 깐느영화제 소개 당시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외, 랜드 라비치가 감독하고 조니뎁 주연한 〈인트루전(Intrusion)〉은 언론의 혹평속에 14위로 개봉했고, 〈혼팅(Hantise)〉이나 〈오스틴 파워2〉, 〈형사 가제트〉등은 세편 모두 백만을 정점으로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밀려났다.

〈스타워즈:에피소드1〉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1위자리를 다음주에는 다른 영화에 내어줄 것같다. 지난 11월24일, 프랑스 전역 700개의 극장에서 디즈니의 〈타잔〉이 개봉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배급사인 GBVI은 개봉첫주 "못해도 백만"을 장담했고, 실제로 개봉일 파리에서만 5십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걸로 봐서 GBVI측의 큰소리는 어느정도 들어 맞을 걸로 예상된다. 프랑스 언론 역시 프랑스와 25% 이상 공동 작업한 디즈니의 〈타잔〉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다. 〈타잔〉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다음주에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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