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퇴진이냐 의회해산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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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계 의원 16명의 반란이 일본 정치권을 대혼돈으로 몰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총리와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8일 “총리 사임이나 국회 해산 등의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사태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일 정치권은 이미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특히 간 총리를 지지해왔던 민주당 내 일부 간부조차 야당 측에 “간 총리가 퇴진하면 대신 예산안 통과에 찬성해 주겠느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간 총리 하야’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석간에서 “민주당 간부가 야당인 공명당에 ‘총리 목을 바꿔도 좋다. 어떻게든 (예산 관련 법안 통과가) 안 되겠느냐’는 제안을 했으나 공명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민주당 간부는 일단 이를 부인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 언론은 “이미 간 총리를 지지했던 세력들도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달 말까지 예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안 중 절반에 가까운 액수의 국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주가 하락, 금리 인상의 대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그럼에도 간 총리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예산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선 물러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당 간부들과 향후 의견 대립이 심각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벌써 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총리 후보로 반 오자와 그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국의 향후 관전 포인트는 궁지에 몰린 간 총리가 퇴진하지 않고도 야당으로부터 예산 관련 법안의 통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끝까지 퇴진하지 않은 채 국회를 해산시키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모험을 택할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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