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거품경제로 빚갚기 허덕…'티파니' 美에 되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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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무대가 됐던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티파니 빌딩이 13년만에 일본인 소유에서 미국의 원소유주에게로 되돌아갔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중견 부동산업체 다이이치(第一)부동산은 이달 초 은행빚을 갚기 위해 이 건물 세입자이자 원소유자인 보석점 티파니 앤드 컴퍼니에 이 건물을 9천4백만달러(약 1천50억원)에 매각했다.

뉴욕의 상징적인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재팬머니' 가 철수한 것은 95년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록펠러 센터를 매각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다이이치부동산은 지난 86년 미국의 투자기관으로부터 티파니 빌딩을 9천4백30만달러에 사들인 뒤 티파니 앤드 컴퍼니에 세를 줘 임대료 수입으로 연 6%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티파니 빌딩은 지하 1층, 지상 12층에 연면적 3천3백여평. 오드리 헵번 출연영화의 무대인데다 소유주가 일본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일본 국내경제의 버블이 꺼지면서 다이箝『琯옐遠?은행빚이 1천4백억엔으로 불어나자 보유 자산을 처분해 상환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다이이치측은 티파니 빌딩의 상징성에 미련을 갖고 매각을 망설여왔으나 결국 미쓰이(三井)신탁.주오(中央)신탁 등 주채권은행의 빚독촉에 못 이겨 자의반 타의반으로 처분하게 된 것. 미국의 경기가 좋을 때 팔아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고 한다. 매각대금은 전액 은행빚 갚는데 들어갔다.

일본 기업들은 80년대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뉴욕의 주요 명소를 매입해 미국인들로부터 "미국의 혼(魂)을 사들였다" 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현재 뉴욕에는 85년 플라자합의가 이뤄졌던 플라자(아오키건설) 및 에섹스하우스(일본항공) 등 명문호텔과 엑손빌딩(미쓰이부동산).티슈먼빌딩(스미토모부동산) 등 유명건물들이 일본기업의 수중에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도 한결같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뉴욕의 것은 뉴욕으로' 잇따라 돌아갈 전망이다.

한편 티파니 앤드 컴퍼니는 89년 이후 일본의 미쓰코시(三越)가 최대주주(12%)로서 경영에 개입해왔으나 올해 초 미쓰코시가 주식을 모두 매각한 상태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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