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박정환, 의표를 찔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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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제8보(88~97)=고수는 A 같은 곳을 섣불리 끊지 않는다. A는 흑이 두든 백이 두든 한 집도 생기지 않는 수. 끊었다가 실패하면 완전한 헛수로 변한다. 그러므로 고수는 이런 공배를 상대가 이어가도록 유도한다. 바로 그런 연유로 흑 역시 이런 곳은(패가 남아 있는 한) 절대 이어주지 않는다. 차라리 돌을 전부 죽이는 쪽을 선택한다.

 아무튼 A로 끊기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금의 패는 무겁다면 무겁고 가볍다면 가볍다. 88 정도의 패도 다 받아주는 이유다. 박정환 9단이 91로 귀를 잡자는 팻감을 썼을 때 원성진 9단은 92(흑▲)로 꽉 이었다. 관전하던 박영훈 9단은 “강수다. 이 선택이 의외로 좋았다”고 말한다. ‘참고도 1’ 백1로 받는 게 보통이지만 이 귀는 한번 받기 시작하면 6의 붙임(손 빼면 흑B로 사망) 등 계속 팻감이 나온다. 한데 91에 손 빼도 귀는 거저 죽지 않는다.

 흑에도 이제 A가 발등의 불이 됐다. 그러나 귀를 살려주고 A로 잇는 것은 당한 꼴이다. 의표를 찔린 박정환은 잠시 당황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18세 청년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93으로 귀를 압박한다. 94는 원성진 9단이 준비해 둔 수. ‘참고도 2’ 흑1엔 백2의 임기응변으로 살게 된다. 95, 97로 잡으러 가는 수순이 최선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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