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ㆍ개 짓는 소리에 잠 못 드는 전원도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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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서울에 이런 한적한 곳이 있다니--.

분양할 때 부터 전원도시로 불려 인기를 모았던 곳이지만 막상 완공된 후의 모습은 더 아름답다.

게다가 서울 한복판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닭울음 소리,개짓는 소리,산새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니 신비롭다.

서울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10㎞ 떨어진 은평뉴타운. 동쪽은 북한산 국립공원, 서쪽은 서오릉 자연공원, 남쪽은 갈현근린공원이 있다. 뉴타운 전체를 녹지가 에워싸고 있어 서울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좋은 주거지의 하나로 손꼽힌다.

은평뉴타운이 조성된 진관내‧외동, 구파발동 일대는 개발 이전에는 낙후지역이었다. 서울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 해 오래되고 낡은 주택이 드문드문 모여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직까지 자연환경이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벌써 입주가 시작된 지 2년이 훌쩍 넘은 이곳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만족해 하는 부분도 자연환경이다. 1지구 아이파크에 사는 천모씨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일주일에 4일을 병원에 들락거리던 아이들이 이곳으로 이사온 후 거짓말처럼 싹 나았다”며 “공기가 좋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웃지 못할 고충도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상상도 못할 소음으로 새벽잠을 설친다는 것.

뉴타운이 조성되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뉴타운 부지 외에는 아직까지 개발 전의 모습이 남아있다. 1지구의 경우 아파트 주변에 오래되고 낡은 민가가 있기도 하다. 이들 민가에서 닭이나 개 등을 기르고 있는데 문제는 새벽마다 울어댄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지 인근에 있는 군부대에서 아침마다 기상나팔도 불어댄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소음이 꽤 정확한 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은평뉴타운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경우 은평뉴타운에서 닭 울음소리(오전 5시 50분께)를 듣고 깨면 출근길이 여유롭고 기상나팔소리(6시 30분, 겨울 기준)를 듣고 깨면 출근길이 바빠지고 동 틀 무렵 짖는 개 울음소리(7시 이후)를 듣고 깨면 지각이라는 것이다.

은평뉴타운은 알람시계가 필요 없는 셈이다.

이런 곳인데도 불끄진 집이 많다. 분양 당시 분양가가 싸고 한 사람이 여러채를 구입할 수 있어 투기바람이 불었다. 집을 여러채 사놓은 돈많은 사람들이 전세도 놓지 않고 되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전세를 놓지 않고 빈집으로 둬야 팔기가 쉬워서 그렇다.돈 걱정없는 사람들이 빈집으로 나둔다고 큰 일날 것도 없기 때문이다.  

▲ 서울 은평뉴타운에선 주기적으로 개•닭•나팔 소리가 울려 알람시계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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