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만 떠나자마자 ‘흑표’국산화 포기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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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육군의 차세대 주력 무기로 개발 중인 K-2전차(흑표·사진)의 국산화에 비상이 걸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6일 “2012년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전력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이들 부품을 수입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17일 방사청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분과회의를 열어 파워팩에 대한 국산화 중단 여부를 논의한다. 방사청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국산화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계통 전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차의 핵심부품이다.

 흑표 전차의 파워팩을 수입품으로 대체할 경우 이 전차는 반쪽짜리 국산으로 전락하게 된다. 군과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은 기회 있을 때마다 K-2전차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국산 명품 무기라고 소개해 왔다. 터키와는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수출 계약도 했다. 파워팩을 수입품으로 대체할 경우 터키에 대한 수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세워온 방위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및 무기체계 국산화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에 따라 방산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파워팩 개발을 위해 투입한 1175억원(정부투자 725억원 포함)도 날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부품 국산화 여부는 방사청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그동안 우리 정부가 말해 왔던 것을 뒤집을 경우 국제적으로도 체면을 구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K-2전차용 파워팩은 2009년 7월 개발시험평가(DT) 및 운용시험평가(OT) 도중 엔진 베어링 문제로 평가가 중단됐다.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지난달 9일부터 OT를 할 예정이었으나 방사청은 평가 10여 일을 앞두고 OT 중단을 결정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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