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고유가 세계경제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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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선언으로 세계 및 국내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라크의 하루 석유수출량은 2백10만4천여배럴로 세계 석유 수요량의 5%선이다. OPEC가 지난 4월 이후 유지하고 있는 하루 감산량에 맞먹는 물량이다. 지난 3월의 감산합의에 이어 또 다시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이라크의 이번 조치는 배럴당 27달러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렸다. ABN 암로 은행의 에너지거래 담당 부사장 나우만 바라카트는 "이라크 선적 중단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며 "이제 배럴당 30달러가 현실로 다가왔다" 고 전망했다.

원유재고량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유가 급등세는 장기 호황을 달리고 있는 미국경제와 경기회복세로 돌아선 세계경제에 인플레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을 제공할 수 있다.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당장 항공.철강.유화업계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회사 전체 영업비용의 12~15%를 차지하던 연료비용이 20%를 넘어서면 채산성 악화로 회사경영에 적신호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향후 유가를 정확히 점칠 수 없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역수지 역시 악영향을 받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수입이 연간 8억7천만달러 늘고 수출은 1억7천만달러 줄어 무역수지적자 규모가 10억4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반면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정책연구원의 김영덕(金映德)박사는 "국제사회가 이번 기회에 이라크 경제해제에 합의할 경우 유가가 안정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 며 "러시아.중국 등이 경제제재 해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국제사회가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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