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농민 “글쎄요” 시내 주민 “찬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낙동강변의 밀양시 하남읍 명례·백산리 일대에는 감자·수박 등의 농사를 짓기 위한 비닐하우스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 농민들은 낮은 보상가 등을 걱정하며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밀양시 제공]


“오데가서 살라꼬, 여 비행장 들어선다 말이고?”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들판에서 만난 김모(70)씨는 “신공항 들어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생 땅 파먹고 살았는데, 비행장 들어서면 농사도 끝 아니냐”고 이유를 말했다.

 그는 감자를 심기 위해 아내와 함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던 중이었다. 그의 아내는 “여기처럼 땅값 싸고 가뭄·홍수 피해 없고, 기름진 곳이 어디 있느냐”며 “보상받아봐야 다른 데서 땅 절반도 못 산다”고 걱정했다.

농지 1만9000여㎡를 소유하고 있는 김씨 부부는 이곳 낙동강변 ‘하남들’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왔다.

공항 후보지인 명례·백산리 일대 농지는 ㎡당 5만1000원(평당 17만원)정도여서 인근 김해의 ㎡6만5000원~9만원(평당 20만~30만원)에 비해 싼 편이다. 이곳은 감자·수박·당근·딸기 농사를 짓기 위한 비닐하우스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농민들은 공항이 들어서면 보상을 받고 고향을 떠나야 할 걱정이 크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유치반대’를 외치지는 못하고 있다. 20㎞ 가량 떨어진 밀양시내 주민들의 강한 유치 열기를 눈치봐야 하기 때문이다.

명례리 농민 이모(60)씨는 “많은 땅을 빌려 농사짓는 젊은 층은 반대가 심하고 논을 많이 소유한 농민은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론을 반영하듯 후보지 일대에는 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 하나 없다.

 밀양시내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 최적지는 밀양’ 같은 유치기원펼침막이 교차로마다 넘실댄다. 밀양시청 현관 외벽에는 ‘함께 해요! 에어시티 밀양’이란 구호를 적은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현관에는 ‘밀양은 신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등 공항 후보지로서의 밀양 우수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버티고 서 있다. 시민 안모(55)씨는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면 인구가 늘어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등 밀양 발전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유치이유를 말했다. 시내 주민들은 대부분 안씨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신중한 시민도 없지 않았다. 후보지 인근에 사는 정모(57·자영업·상남면 예림리)씨는 “밀양에서 직선 도로를 뚫으면 가덕도까지 30분 만에 갈 수 있다”며 “공항이 들어서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소음 등 나쁜 점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는 곳에 따라 신공항 유치를 놓고 밀양 민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