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누가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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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상근
세영세무법인 고문

매년 2월 이맘때면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온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졸업과 동시에 ‘백수’라는 딱지를 달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실업자와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성장 동력인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령화하고 있는 경제 여건 하에선 3~4% 성장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젊은이가 직장이 없으면 결혼도 어렵다. 설령 직장을 구해 결혼한다 해도 더 큰 그림자인 ‘집값과 전·월세 값’이 기다린다. 월급에서 매월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씩 꼬박꼬박 집주인에게 갖다 바쳐야 하고, 2년마다 50% 이상 오르는 수천만원의 전세금을 대느라 허리가 휜다. 사회 초년의 청년들이 자본 축적 기회를 잃어 중산층 진입은 꿈도 못 꾸고, 오르는 전·월세 값 대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도 가계부는 구멍이 난다.

 결혼생활 내내 ‘보육과 교육’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국가가 보육 문제를 해결해 준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 보육비가 가계를 압박하고, 그나마 시설이 태부족해 마땅히 맡길 곳이 없다. 오르는 생활비와 전·월세 값 대기도 어려운 젊은이들이 이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하면서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젊은 세대들은 국가와 본인의 미래를 책임져 줄 자식마저 키우기 어려운 슬픈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가만히 있어도 복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그럼에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복지비용을 늘리지 못해 안달이다. 대부분의 혜택이 장·노년층에게 돌아가는 ‘무상 복지’는 필연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부담을 늘린다. 더구나 세금이 부족해 빚을 얻을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성세대들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젊은 세대들에게 활력 없고 빚투성이인 국가를 물려 줄 궁리만 하는 것 같다.

 과잉복지로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젊은 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청년들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 경제성장률 내에서 복지비용을 늘리고 나머지 여력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정책이다. 이것이 젊은 세대 앞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박상근 세영세무법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