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출신 50대 벤처기업 사장, 회사이익 지역환원 화제

중앙일보

입력

고아출신 50대 벤처기업 사장이 '과거' 를 잊지 않고 부인과 함께 이웃사랑에 정성을 쏟고 있어 화제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에 있는 일진산업의 문승규(文承圭.51.?)사장과 부인 박연화(朴蓮花.53)씨.

일진산업의 급료일인 매월 15일에는 지역에 사는 10여명의 소년.소녀가장에게 어김없이 일정액이 송금된다. 6년 전 1명에서 시작해 이제 10여명으로 늘었고, 회사발전에 비례해 더 늘릴 예정이다.

文씨 부부가 샘물솟듯 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은 자신들이 겪었던 고생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2세때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고, 13세때 아버지마저 여의어 졸지에 고아가 된 文씨는 중학 2년의 어린 몸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바로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제팔에 안겨 돌아가신 아버지가 '교도소나 들락거리면 죽어서도 눈물을 흘릴테니 부디 대한남아가 돼라' 는 유언을 어길 수 없었습니다. "

처음 취직한 곳은 목재공장. 각종 구박에다 따뜻한 밥 한번 제대로 못먹으면서도 기술을 익히고 공부를 했다.

그 결과 25세때는 대졸출신자들을 물리치고 공장장까지 됐다. 이후 개인사업을 하려다 사기당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개척해 8년 전 현재의 일진산업을 세웠다.

일진산업은 나무를 이용해 돗자리와 블라인드를 만드는 회사. 현재 주력품인 원목카펫은 미국산 오크, 캐나다산 단풍나무, 유럽산 너도밤나무 등을 집성재(集成材)방식으로 만든 일종의 돗자리.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데다 목재 특유의 향내와 감촉으로 국내외에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다.

또 관련 특허만 40여개이고, 기술보증신용기금으로부터 우량기술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文사장 부부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기업에서 번 돈을 종업원 복지 및 지역사회나 어려운 이웃에 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것. "두 아들에게 '부모가 무에서 유를 만들었듯 너희들도 인생을 개척하라' 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키워서 종업원과 지역사회에 환원할 생각입니다. "

충주〓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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