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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환경성 질환, 왜 늘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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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혜경
사단법인 한국아토피협회 회장

최근 어린이 복지 문제는 교내 무상급식을 중심으로만 전개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은 많다. 우선 꼽히는 것이 보육시설과 학교의 실내 환경이다. 지난달 환경부가 대형 보육시설 25곳을 대상으로 실내 공기의 질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8곳이 법이 정한 기준보다 총부유세균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겨울철 보육시설은 환기가 충분치 않고, 내부에서 음식물 조리가 이뤄지면서 환경유해인자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운동장의 인조잔디에 함유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는 어린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로 분류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2009년 10월 언론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 시설에서 라돈이 기준치보다 12배나 검출되기도 했다. 한국초중고등학교장 총연합회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말 정부에 석면노출 억제, 놀이터 시설 내 유해인자 제거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환경유해인자에 취약하다. 나쁜 환경에 자주 노출됨으로써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이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는 1980년대 이후로 빠르게 증가해 2008년 국내 인구의 2.24%에 해당하는 108만 명에 달했다.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났으니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어린이 활동공간의 환경 개선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환경성 질환은 예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는 어린이·청소년 학습 및 놀이공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 관심과 함께 재원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와 학생 시설에 대한 환경안전진단을 통해 유해시설이나 유해물품을 시급히 제거해 실내 공기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떤 시설이 아이들 건강에 나쁜지 인식 수준을 높이고, 문제를 야기하는 시설과 환경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육당국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자식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은 부모 세대의 의무다.

이혜경 사단법인 한국아토피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