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역질서' 시대] 1. 미국의 득과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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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WTO 회원국 자격을 얻기까지는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오는 30일 열리는 시애틀 각료회담까지 이를 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사실상의 회원국 대접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각국이 이미 '세계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국가' 로 중국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기대는 적지 않다. 12억 인구의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터키를 방문 중이던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번 합의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유익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바람직하다" 고 환영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도 "역사의 문이 열렸다" 며 "(협상 타결이)시애틀 밀레니엄 라운드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고 환영했다.

◇ 미국의 이해관계〓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지난 4월 중국이 제시한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그동안 중점적으로 요구한 제조업.서비스.농업부문의 개방 약속을 얻어낸 데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제조업협회와 금융기관.정보통신기업.농민.농업기업 등은 이날 일제히 환영 성명을 내며 반겼다.

특히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던 금융분야와 인터넷 산업에 미국 기업이 진출할 여지를 넓힌 것은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CNN은 중국의 온라인 인구가 매년 두배씩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국민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 컴퓨터 업계의 활발한 중국 진출을 예상했다. 농업 분야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노조와 섬유.의류업계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기게 됐다" 며 미 행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이달 말 시애틀 각료회담을 앞두고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한 의회의 비준과 이와 연계된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NTR)지위 부여도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부처와 국영기업들이 이번 합의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며 중국의 협정 이행 의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도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중국 국민의 구매력이 얼마나 따르냐는 것" 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의 교역액은 연간 약 1백70억달러, 중국은 2백억달러가 각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세계 교역량이 2.5% 증가하고 세계 소비는 0.2%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그만큼 활기를 띨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세계 무역의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섬유.의류 등 중국이 강점을 갖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산업구조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경쟁 격화에 따른 수출 감소와 수출가격의 하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입장인 주요 선진국 역시 중국의 저가공세에 국내 노동집약산업의 퇴출이 가속화되는 부담을 안는다.

그러나 '중국의 시장개방을 계기로 중국시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각국의 각축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당분간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이 국제규범에 맞는 법체제를 갖추고 부실화된 금융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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