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진 않지만 떡 만드는 기술 우리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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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도동 ‘떡프린스 1호점’에서 김창수(30·왼쪽)씨와 김준영(19)씨가 가래떡을 뽑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서울삼성학교’가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골목길에는 흰 김이 쉴 새 없이 피어 올랐다. ‘떡프린스 1호점’. 청각장애인 25명이 떡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어느 때보다 분주한 설을 맞은 떡프린스 식구들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한쪽에서 찜기에 떡을 찌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가지런히 썰어낸 가래떡을 봉투에 넣어 진공 포장을 했다. 작업장 안에는 말소리 대신 수화가 바쁘게 오갔다.

이곳 장애인들이 떡 제조 기술을 처음 배운 건 2007년. 삼성농아원에서 삼성토탈의 지원을 받아 ‘청각장애 청소년 자립’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아원 졸업자들은 대개 소음이 심한 제조업체 공장에 취업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소음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떡 제조 직업교육이 시작되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다니던 공장이 부도나 2년 전 떡프린스에 온 김창수(30)씨는 “아픔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예전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작업복 앞치마가 쌀가루로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이들도 처음엔 편견과 싸워야 했다. ‘장애인들이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떡이 팔리지 않았다.

교육을 담당하는 최종태(39) 부장은 “그럴수록 동정심 대신 좋은 재료와 맛으로 승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홍승동 떡연구소’에서 기술 전수도 받았다. 아이디어 상품인 찰떡파이, 고구마 떡케이크 등은 젊은 엄마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최 부장은 “기업과 구청·군부대를 중심으로 납품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며 “지난해에는 연매출이 2억원을 넘었다”고 했다. 시중 떡집보다 10%가량 저렴한 가격도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몫했다.

 2009년 8월 정식으로 문을 연 떡프린스 1호점은 올해로 두 번째 설을 맞는다. 최 부장은 “이번 명절에 약 1000만원어치가 팔렸다”면서 “지난번 설에 비해 50% 이상 매출이 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다.

경력 4년차인 떡프린스 최고 베테랑 김준영(19)군은 “떡 전문가가 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고 말했다.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설이 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글=심새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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