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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든 존슨 해법’강조한 오바마 … 평화적 권력 이양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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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시위에 가담한 한 이집트 군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카이로 시위 현장에서 탱크 위에 올라가 시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카이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지난달 29일과 30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이집트 사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국 정상들과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입장이 정리됐음을 뜻한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미국은 이집트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정부로의 ‘질서 있는 이행(orderly transition)’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오바마가 이집트 사태 발생 이후 처음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질서 있는 이행’이란 표현이 핵심이다. “미국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서 새로운 민주정부로 권력이 이양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힘의 공백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미국이 이집트 사태 발생 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개혁조치를 거듭 촉구하긴 했지만 권력의 포기와 이양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오바마의 선택은 거스를 수 없는 이집트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급격한 변화에 따른 극단주의 성향의 새 정부 등장을 우려한, 절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오바마가 1차적으로 바라는 상황은 무바라크의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방식’이다. 뉴스위크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가 주재한 수차례의 백악관 안보팀 회의에서 존슨 방식이 가장 선호하는 상황으로 언급됐다고 한다. 무바라크가 9월 차기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할 경우 사태가 진정되고 예측 가능한 권력 이양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도 CNN 대담 프로그램 등 언론에 출연해 “이집트는 급작스러운 폭력적 변화가 아닌,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이양을 향한 조심스러운 진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린든 존슨=미국의 36대 대통령.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가 당선돼 부통령이 됐다. 63년 11월 케네디가 암살당한 뒤 대통령직을 승계했고, 64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됐다. 자신의 베트남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자 68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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