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사르코지도 해킹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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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팬 페이지가 해킹을 당했다. 페이스북은 6억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페이스북은 긴급히 보안 강화책을 내놨으나, 이 사건으로 국내외 SNS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관련 업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커는 25일 저커버그의 팬 페이지에 그를 가장해 메시지를 올렸다. ‘해킹을 시작하자. 페이스북이 돈이 필요하다면 은행으로 가는 대신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명한 방법대로 페이스북을 소셜 비즈니스로 전환하자’는 내용이었다. 유누스는 2006년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다. 이 메시지는 3분여 만에 삭제됐으나 이미 소셜 비즈니스 전환을 ‘찬성한다’는 클릭이 1803회, 댓글도 438개나 달린 뒤였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 팬 페이지가 해킹당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6일 새 보안책 두 가지를 내놨다. 첫째는 카페·공항·호텔 등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일회용 비밀번호’를 도입한 것이다. 자신의 계정에 미리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한 이용자가 ‘otp’라는 문자 메시지를 페이스북 측에 보내면 20분간 유효한 일회용 비밀번호를 전송받을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컴퓨터에서 누군가 자신의 계정을 사용 중인 건 아닌지 확인해 로그아웃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페이스북 팬 페이지는 개인 계정과 별도이며, 주로 유명 인사 및 기업 등이 일반인과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는 페이지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매셔블’ 등 미국 언론들은 “페이스북이 직접 관장하는 CEO 홈페이지마저 안전하지 않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3일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커는 사르코지로 가장해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메시지는 15분 만에 내려졌다.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 페이스북 등 SNS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개인 정보량이다. SNS업체들이 개방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개한 이름, 출신 학교, 거주지, 사진 등이 많아질수록 SNS의 진가는 커진다.

반면 해킹을 당할 경우 피해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각 사용자가 ‘친구’ 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가입자 수가 늘수록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의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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