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믿었다가 … 굴다리에 낀 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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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5일 오후 8시20분쯤 강원도와 서울을 오가는 스키장 셔틀버스 운전기사 서모(41)씨는 이 일을 마친 뒤 버스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서씨는 서울 지리를 잘 몰라 차 안에 달린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았다. 순조롭던 운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서울 석관동 지하철 석계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다. 내비게이션은 “굴다리 밑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굴다리 위에는 ‘2.2m 높이 제한’ ‘승용차 전용도로’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또 입구 통행 제한을 알리는 차단봉도 있었다.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던 서씨는 그 표지판을 읽지 못했다. 굴다리 진입 시 차단봉을 스쳤지만 서씨는 통과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버스 지붕 중간에 달린 에어컨 증발기가 굴다리 안쪽에서 걸렸다. 놀란 서씨는 천천히 후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버스 뒷부분이 차단봉에 걸려 더 이상 후진은 불가능했다. 전진도 후진도 할 수 없이 갇힌 상태가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성북소방서는 크레인과 로프를 활용해 차단봉을 10㎝ 들어올린 후 천천히 버스를 후진시켰다. 서씨는 부상 없이 58분 만에 굴다리 안에서 빠져나왔다. 왕복 2차로인 굴다리는 당시 통행량이 많지 않아 주변에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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